현대시 옛시방

김삿갓 / 23. 朝登立石雲生足(조등입석운생족)

모링가연구가 2008. 10. 27. 06:58

김삿갓 / 23. 朝登立石雲生足(조등입석운생족)

 




    23. 朝登立石雲生足(조등입석운생족) 김삿갓 금강산을 찬미하는 시 한 수씩을 주고 받은 空虛(공허)스님과 김삿갓은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百年知己(백년지기)를 만난 듯
    肝膽相照(간담상조)하는 사이가 되었다.
    두 분은 모두
    仙境(선경)에 노니는 詩仙(시선)이면서
    大酒家(대주가)이기도 했다. 연일 穀茶(곡차) 대접을 받으며 空虛(공허)와 더불어 詠風弄月(영풍농월)하던 김삿갓은 어느 날 공허스님의 뒤를 따라 立石峰(입석봉)에 올랐다. 봉우리에 오르자마자 공허스님은 경관에 취하여 시흥이 절로 솟아 오르는지 또 다시 시 짖기 내기를 하자고 제안한다. 이번에는 시를 한 수씩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먼저 한 줄 읊거든 그 시에 對照(대조)되는 시를 한 줄씩 對句(대구)를 채우라는 것이었다. '제가 어찌 감히 스님의 시에 대를---' 하면서 겉으로는 겸손해 하지만 속으로는 얼씨구나 하고 쾌재를 부르는 김삿갓이었다. 朝登立石雲生足(조등입석운생족) 아침 일찍 산봉우리를 오르니 구름이 발밑에서 일어나고 공허스님은 산 밑에 떠도는 구름을 그윽이 굽어 보다가 이렇게 읊었다. 참으로 실감 나는 즉흥시였다. 대구를 찾는 김삿갓은 입석봉에 오르는 도중의 산 밑에 황천담이 있던 것을 머리에 떠 올렸다. 暮飮黃泉月掛唇(모음황천월괘진) 황혼 저녁에 우물의 물을 마시니 달 그림자가 입술에 걸리도다 하고 화답하였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대구라" 고 칭찬하면서 공허는 다시 시야를 둘러보고는 다음과 같이 읊는다. 澗松南臥知北風(간송남와지북풍) 골짜기 사이에 소나무가 남쪽으로 향하니 북풍이 부는 것임을 알겠고 김삿갓이 다시 화답한다. 軒竹東傾覺日西(헌죽동경각일서) 난간의 대나무 그림자가 동쪽으로 기우니 해지는 줄 알겠네 공허스님이 또 읊는다. 絶壁雖危花笑立(절벽수위화소립) 깍아지는 절벽은 위태로워도 꽃은 웃는 듯 피어있고 김삿갓의 화답. 陽春最好鳥啼歸(양춘최호조제귀) 화창한 봄날은 더 없이 좋아도 새는 울면서 돌아가네 공허스님이 무릎을 치며 또 다시 읊는다. 天上白雲明日雨(천상백운명일우) 높은 하늘에 흰 구름 흐르니 내일은 비가 오겠고 김삿갓이 應口輒對(응구첩대)로 다시 화답한다. 岩間落葉去年秋(암간낙엽거년추) 바위틈의 낙엽은 금년 가을도 지나 갔음을 알겠노라 <天上白雲(천상백운)>과 <岩間落葉(암간낙엽)>은 하늘과 땅을 말한 좋은 대조려니와, <明日雨(명일우)>와 <去年秋(거년추)>는 더욱 멋들어진 대조가 아닐 수 없었다. 공허스님은 그럴수록 시흥이 도도해 오는지, 얼굴에 환희의 빛이 넘쳐 올랐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