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옛시방

우탁禹倬의 시조 <春山에 눈 노긴 바람>

모링가연구가 2009. 1. 24. 01:45

우탁禹倬의 시조 <春山에 눈 노긴 바람>


春山에 눈 노긴 바람 건듯 부러 간듸 업다
져근덧 비러다가 머리 우희 불니고져
귀 밋희 해무근 셔리를 노겨볼가 하노라

춘산에 눈 녹인 바람 건듯 불어 간데없다
적은 덧 빌어다가 머리 위에 불리고저
귀 밑의 해묵은 서리를 녹여볼까 하노라

※ 건듯:바람이 스쳐부는 모양. 문득. 잠깐│져근덧:잠깐 동안│불니고져:불게 하고 싶구나│해무근 셔리:해묵은 서리. 백발을 뜻함



 ‘탄로가歎老歌’로 불리는 이 시조는 이런 유로서는 가장 널리 알려진 노래이다. 자신이 늙어감에 대한 안타까움과 덧없이 가는 봄에 대한 아쉬움이 함께 버무려져 있는 수작秀作이다. 초장의 ‘춘산’이 진본 〈청구영언靑丘永言〉에는 ‘청산靑山’으로 되어 있다.

 우탁禹倬:고려 원종 4(1263)∼충혜왕 복위 3(1342) 고려 말기의 학자. 호는 백운白雲, 역동易東. 시호는 문희文喜. 본관은 단양. 문과에 급제하고, 감찰규정으로 있을 때 충선왕이 부왕의 후궁인 숙창원비와 밀통한 사건이 일어나자, 흰 옷을 입고 도끼와 돗자리를 들고 궐내에 들어가 극간極諫한 뒤, 벼슬에서 물러나 예안으로 돌아갔다. 뒤에 충숙왕이 그 충의를 깨닫고 여러 차례 부른 끝에 다시 나아가 성균좨주成均祭酒로 일하다가, 얼마 후 벼슬을 버리고 예안에 은거하면서 글을 벗삼아 여생을 보냈다. 당시 원나라에서 정주학程朱學이 전래되었는데, 특히 정이程頤가 주석한 〈주역周易〉을 아무도 해득하지 못하자, 그가 한 달 동안 들어앉아 연구한 끝에 해득하여 후진을 가르치니, 이것이 우리나라 이학理學의 시초였다. 시조 2수가 전한다. 예안 역동易東서원과 안동 구계龜溪서원에 배향配享되었다.

이광식 《우리 옛시조 여행》중에서

편집자 주 : 이광식 - 1951년 대구 출생, 성균관대학교 영문과 졸업. 저서에 《한국 근현대사 사전》, 《한국의 성지순례》, 《아빠 별자리 보러 가요》, 《마르코 폴로》등이 있음.

Yoshikazu Iwamoto - Shingetsu (La lune du coeur-Moon of the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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