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옛시방

김삿갓 / 21. 綠靑碧路入雲中(록청벽로입운중)

모링가연구가 2008. 10. 31. 05:28

김삿갓 / 21. 綠靑碧路入雲中(록청벽로입운중)

 




    21. 綠靑碧路入雲中(록청벽로입운중) 김삿갓 偈惺樓(게성루) 위에서 바라보이는 길들은 아득히 구름 속으로 이어져 있는데 어디선가 폭포소리가 은은히 들려오고, 울울창창한 송림 사이에서는 학의 무리가 너울너울 춤을 추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눈앞의 풍경이 너무도 황홀하여 잠시 무아경에 잠겨 있는데 홀연 어느 암자에서 한낮의 종을 요란스럽게 쳐 대어 사람을 놀라게 하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김삿갓은 지그시 감고 있던 눈을 활짝 뜨고 즉흥시 한 수를 다시 읊었다. 綠靑碧路入雲中(록청벽로입운중) 푸른 산길 더듬어 구름 속에 들어오니 樓使能詩客住笻(루사능시객주공) 루각이 좋아 시인의 발길을 멈추게 하네. 龍造化含飛雪瀑(룡조화함비운폭) 용의 조화인가 날아내리는 눈 같은 폭포소리 요란하고 劍精神削揷天峰(검정신삭삽천봉) 칼의 신령이 산을 깎아 이 하늘에 꽂았구나 仙禽白幾千年鶴(선금백기천년학) 날아가는 저 학들은 몇 천 년 살았을꼬. 澗樹靑三百丈松(간수청삼백장송) 물가의 푸른 소나무 삼백 길이 넘는구나. 僧不知吾春睡惱(승부지오춘수뇌) 졸고 있던 이 내 심사 스님이 알길 없어 忽無心打日邊鐘(홀무심타일변종) 한낮에 종을 쳐서 사람을 놀라게 하네. 게성루 루각위에서 바라보이는 萬瀑洞(만폭동) 풍경은 모두가 살아 있는 詩요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더구나 석양 무렵 계곡의 아름다움은 사람을 차라리 미치도록 황홀케 하였다. 얼빠진 사람처럼 한나절을 누각 위에서 몽롱하게 보낸 김삿갓은 해가 질 무렵이 되어서야 산 밑에 있는 白雲庵(백운암)으로 내려 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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