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옛시방

물같이 바람같이

모링가연구가 2008. 9. 21. 05:30

 

 

물같이 바람같이

  

끝이다
비포장 신작로를 걸어
구불구불 비뚤어진 오솔길도 지났다
등 굽은 할머니가 장에 가다 한숨지며
철 퍽 앉아 쉬었을 언덕,
내려앉은 구름을 지고 올라가는 길
가파르고 힘들지만 올라야 하기에
밟힐 듯 보이지 않는 개미처럼
제 덩치보다 몇 배 큰
나뭇잎을 물어 나르듯 생의 짐을 졌다

 

바로 앞이다
나뭇지게의 육중함을 이겨낸
아버지,
흐른 땀이 흘러
지게 끈을 적실지라도
작대기 지팡이 삼아 힘겹게 걸었던 이 길
너와 나,
누구나 가야 할 길이다

 

종점이다
가을 단풍이,
겨울에 살아남기 위한 몸만들기 하듯
햇살에 엽록소를 태워 낙엽을 떨군다
서서히 종착지를 향한 생의 한가운데 서서
무얼 망설이는가,

바람을 몰아 마시자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는 찰나,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