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옛시방

봄비와 고궁 / 우련 송영욱

모링가연구가 2008. 4. 16. 09:29

      봄비와 고궁 / 우련 송영욱 님의 말씀 속에 오시는 봄비는, 노란 우산 속 연인들을 포근히 감싸며 내리십니다. 지난겨울은 고궁에다가 커피 한 잔 군밤 한 조각의 향기마저도 낙엽 속에 숨겨 놓았습니다. 철 지난 잡지와 수필집 이 나의 거실인양...... 나비들의 군무(群舞)처럼 스쳐 가는 음악 속에, 님의 음성을 느낄 수 있을지 몰라 무뇌아(無腦兒)처럼 큰 눈만 끄먹이고 있습니다. 가까이 가고 싶다는 욕망에 팔 다리를 재게 내둘러 봐도 그 먼 땅에는 아카시아 꽃잎만 떨어질지 모릅니다. 한 발짝 한 발짝 님 향해가는 길은 멀고 힘이 들어도 아쉬운 봄비를 누런 잔디 혼자 다 마시기 전에 온 몸에 받으며, 봄비 따라 고궁을 걷고 싶습니다. 2002년 3월 우련 송영욱의 시집 <그리움은 들꽃 바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