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옛시방

"환희(歡喜)의 송가(頌歌)" 손홍집 시집 중에서

모링가연구가 2009. 4. 7. 20:36
      "환희(歡喜)의 송가(頌歌)" 손홍집 시집 중에서

      혼 불
      사선을 넘으랴 노도치는 파도를 휘어잡으랴 망신창 껍대기는 불야성에 갖혀 출렁이고 어둠의 빗살무늬 마저 그 헐벗은 몸뚱이를 녹이네
      가려므나 네 가슴 쓰라림에 뉘인 핏줄의 끝인 그 맥박의 거친 숨결을 타고 한없이 흐르려마 아...삶은 덧 없음이요 이승은 찰나의 숨결이려니 어느 풀섶에 이내 몸뚱아리를 눕힌단 말이냐
      님이시여 이제 나를 저 극락강에 데려가 주오 꼭두새벽 일어나 두 눈빛마저 뜨지 못하고 가물가물 정처없이 흘러가는 구름의 물결인 양 오늘도 이내 발걸음 그 끝이 없구나
      아서라, 배를 띄워라 아서라, 노를 저어라 뱃고동 휘어지면 창백한 달빛타고 님에게 달려가오리니 님이여! 정녕 십리 밖까지 먼 길을 마중 나오소서
      님이시여 오, 나의 님이시여!
      환희의 송가(명상록) 손홍집 지음 | 예사랑 | 2009.03.28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각 지점에 배포)
      머리말
      반세기 걸쳐 시를 써도 시법을 올바로 구사하는 자 찾기 어렵고 비평은 훌륭해도 그 인물 역시 시는 어리석은 타성에 젖어 있네
      시가 이땅에 들어온지 어언 100년이 지났지만 아직 뿌리가 약해 줄기가 어설픈 땅바닥에 처절히 나뒹구는 그 형상임을 어찌하랴
      사람들은 시가 이미 썩었다 멀리하고, 시인들은 오직 자신만의 작은 우물에 갖혀 먼 미래의 투시경을 갖추지 못한 싯점이로세
      아, 이것이 정녕 통탄할 일이 아니고 정작 그 무엇이랴....! 젊어서 부터 밤을 밝혀 시를 쓰고 낮이면 온갖 중노동에 시달리며 미친듯 오직 시만 일궈온 내 정원이 한없이 쓸쓸하기 그지없다
      시경(詩經)을 삼백번을 읽고도 자신의 사상을 펼치지못하면 결국 쓸개빠진 곰의 형상이요 아리스토 텔레스의 시학(詩學)을 머릿속에 지녀도 스스로의 깊은 연구가 없다면 어찌 자신만의 독특한 음색이 비치랴
      고로 시 1천편을 써도 그 정신이 없다면 그것은 허상의 날개짓이요 정신을 갖춰도 영혼이 깃들지 않다면 어찌 위대한 시어가 탄생하랴
      자고로 시를 쓰는 일은 먼저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개척하는 길이요 그로 인해 어둠속에 묻힌 사물을 일깨우는 신비함의 색체이며 거칠고 험한 바다를 밝히는 등대불의 거룩한 숨결이여야 한다 그리고 멀리 동터오는 새벽의 여명의 빛을 반드시 닮아야 하리라
      오늘날의 시인은 인체(人體)에 먼저 뼈대를 갖추려는 노력보다 그 살점에 더 큰 비중을두고 더우기 외부 형상에 더 치중한다. 시란 뼈와 살과 근육으로 잘 다듬어진 인체의 조각품이요 그 아름답게 빚은 대리석의 형상에 비추어 마땅하거늘...
      내 평생 서로 만나지 않아도 멀리서 시로 대화하고 두 마음이 하나되는 그런 벗을 만날 수 있다면 정작 후회없으련만 이제 시가 마지막 내동이쳐진 이 마당에 어찌 이백과 두보를 기다리랴
      세월은 가도 올 곧은 시인은 남는 법- 그저 쓸쓸히 처마끝에 떨어지던 빗방울 소리를 벗삼을 뿐이로다
              어느 봄날 보성에서  ㅡ청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