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옛시방

[옛시조] 농암(聾巖)애 올아 보니

모링가연구가 2008. 3. 20. 22:23

농암(聾巖)애 올아 보니 노안(老眼)이 유명(猶明)ㅣ로다.

 인사(人事)이 변(變)한들 산천(山川)ㅣ 딴 가샐가.

 암전(巖前)에 모수모구(某水某丘)이 어제 본 듯하예라.
                                                                     <농암집, 청구영언>

 

[현대어 풀아]

농암에 올라서서 바라보니 늙은이의 눈인데도 오히려 밝게 보이는구나.
인간과 세상의 일이 변하여 간들 산천이야 변하겠는가?
농암에서 바라보이는 이름모를 물과 산들이 어제 본 듯 그대로 있구나.


[이해와 감상]

작자의 고향에 있는 유명한 농암이라는 바위 위에서 내려다 본 넓은 산천을 감상한 작품이다.

초장은 작자가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와 홀가분한 심정으로 고향 산천을 돌아보니, 너무나 낯익은 모습이라 노안에도 그 모습이 선명히 다가옴을 나타내고 있다.  중장에서는 변화무쌍한 인간사와 불변의 자연을 대조해 놓고 있다. 종장에서는 초장과 마찬가지로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은 그대로의 고향 산천의 모습을 확인하고 있다.

어느새 늙어 버린 자신을 새삼스럽게 확인하면서도, 변하지 않은 고향 산천의 모습에서 편안함과 친근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작자가 말년에 고향에 돌아온 기쁨을 노래한 귀거래사에 해당되는 작품이라 하겠다.

 

*농암(귀머거리 바위) → 물살이 바위를 스치며 급한 여울을 이루어, 물이 불어나면 초막에 앉아 있어도 아래에선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이 바위를 귀머거리 바위라 부름.

 

[정리]

▷성격 : 평시조, 강호한정가, 치사한정가

▷표현 : 대구법, 직유법

▷주제 : 변함없는 자연에 대한 감회.  자연 귀의(自然歸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