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옛시방

[스크랩] 백자앞에서/설봉스님

모링가연구가 2008. 2. 23. 10:20

***백자앞에서/설봉***

        이 거친 손으로 내 어이 너를 빚었으랴! 이 어두운 영혼으로 내 어이 너를 구웠으랴! 어둑한 가마속에서 처음 너를 본 순간 내 심장의 박동은 멎었지만 너의 싱싱한 숨소리가 가마속 정적을 깨우고 있었다. 굳은 듯 두손이 감히 너를 만져 보지도 못하고 넋을 풀어 놓고 주저앉아 있을 때 너는 한점 더러움 모르는 하얀 가슴으로 나를 안고 혼탁한 세상 점잖게 밀치며 가마 밖으로 나왔다. 밤새 심술 부리던 바람도 고개 숙였고 아침햇살도 놀라 너의 넉넉한 어깨위에서 토닥토닥 뛰었다. 시리도록 하아얀 너의 신비로움에 밀려 하늘도 자꾸만 멀어지기만 하던날 너는 내가 한점의 티끌임을 알게해준 스승일레라.
관세음보살/범능스님
출처 : 나누는 기쁨 실천회
글쓴이 : 은빛물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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