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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시절’의 초상…근대의 꿈 展

모링가연구가 2014. 1. 16. 15:13

‘그때 그 시절’의 초상…근대의 꿈 展


 

이중섭 그림이 오랜만에 전시에 나왔다. ‘애들과 물고기와 게’(1950년) 등 6점. 작년 위작 사건 이후 자취를 감춘 지 1년여 만이다. 우리나라 주요 근대작가들이 그린 어린이 그림을 모은 ‘근대의 꿈: 아이들의 초상’전(7월 31일까지 덕수궁미술관·02-2022-0612)에 포함돼 있다. ‘애들과 물고기와 게’에 있는 두 아이의 천진난만한 표정은 제주도에서 그의 가족이 함께 살던 시절의 행복을 들려주는 듯하다.

▲ 이인성의 유화‘빨간 옷을 입은 소녀’(1940년대 후반). 개인소장. (부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왼쪽), 이중섭의 수채화 애들과 물고기와 게’(1950).국립현대미술관 소장·제공(오른쪽)

이중섭 작품 오랜만에 등장...천진한 표정
하지만 전시장을 아무리 둘러봐도 해맑은 어린이 모습은 더 이상 찾기 어렵다. 배운성의 ‘줄다리기’ ‘그네를 타는 아이들’ ‘제기차기’를 제외하면 즐겁게 노는 아이들도 없다. 낫을 들고 일하러 가는 소년(김기창 ‘가을’), 구두가방을 어깨에 메고 폐허가 된 땅 위에 꿋꿋하게 서 있는 소년(이수억 ‘구두닦이 소년’), 일하러 나간 엄마 대신 동생을 돌보는 소녀(박수근 ‘아기 업은 소녀’)….

박수근 이인성 김기창 이쾌대 오지호 도상봉 장욱진 등 근대화단을 주름 잡았던 작가들의 작품 119점이 걸린 이 전시엔 아이들의 어두운 표정이 가득하다. 1920~1930년대엔 어른과 함께 노동을 분담하는 아이들, 이후 20년 동안은 전쟁의 그림자가 화폭에 짙게 드리워져 있다. 특히 전후(戰後)인 1950년대 중반부터는 아버지 없이 아이들을 홀로 지키는 씩씩한 엄마상(像)이 자주 등장한다.

▲ 박수근의 유화‘아기 업은 소녀’(1953). 아버지의 부재(不在)를 암시하는 쓸쓸한 어린이 초상이다. 개인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박수근·김기창 등 대부분 화가들 '고난의 아이들' 담아
전시를 기획한 기혜경 큐레이터는 “아이들이 걷기 시작하면 바로 ‘작은 어른’으로 취급해 사실상 ‘아이’란 존재가 없었던 시대부터 시작해 점차 아이의 개념이 우리 근대사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놓치기 아까운 독특한 작품도 여럿 걸려 있다. 정진석 추기경 방에 걸려 있던 장우성의 ‘한국의 성모자’(1954)는 화가들이 그때부터 종교적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그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리아와 아기예수를 우리 전통적인 모자(母子)로 그려낸 수묵채색화다. 박수근의 ‘할아버지와 손자’(1960)는 높이가 1m45㎝나 되는, 박수근 작품으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큰 그림이다.

미술관을 한바퀴 돌고 나면 과거로 여행을 한 느낌이 든다. 보호 받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해야 했던 아이들, 지금의 부모 세대에 대한 존경심이 들게 만드는 전시다. 3000원.

조선일보
이규현기자 kyu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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