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노래,역사 기타방

검은 양산, 투명 우산… 일본은 왜?

모링가연구가 2009. 4. 16. 21:37

일본 여행을 다니다보면 일본이란 나라가 참 가까우면서도 다른 곳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곤 한다.

한 여름에도 락스에 담궜다 뺀듯한 새하얀 와이셔츠에 검은색 양복을 고집하는 일본 아저씨들과
거의 백이면 백 모두 눈썹 정리를 하고 다니는 젊은 남자들도 그렇고
팬더가 울고 갈 정도의 아이라인과 마스카라로 눈을 한껏 강조한 일본의 여성들..
우리 상식으로 볼 때는 그저 신기해 보이는 그들의 생활이 어찌나 많은지 일일히 얘기하기도 힘들다.

내가 처음 일본에 갔을 때 가장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은 바로 양산이었다.


때는 최고 수은주를 훌쩍 넘기던 여름.

일본에도 햇빛을 가리기 위해 양산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들이 즐겨쓰는 양산은 거의 검은색이 아닌가.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힐 정도의 짙고 두꺼운 검정 양산.

우리나라의 양산은 대부분 화려하다.
연분홍, 연하늘, 흰색 등의 연하고 밝은 색이 대부분이고 그 무늬도 화려하다. 봄바람난 처녀와 같은 느낌이랄까.

이런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일본의 양산은 너무 투박한데다 무거운 느낌이다. 땡볕에 담요를 덥고 앉아있는 것처럼 어색하고 불편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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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날도 이렇게 더운데 하고 많은 색 중에 검정이람~"

이게 다 일본인들의 오타쿠적인 습성이 아니겠냐 치부하며, 나의 앙증맞고 화려한 양산을 자랑스레 펼쳐보였다.
밝은 하늘색과 흰색 바탕에 귀여운 고양이가 앉아있는 양산을 펼치며, '귀여운 것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일본인들이 이 양산을 보면 얼마나 부러울까'라는 공상과 함께.

하지만 이럴수가! 한 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 밝고 하늘하늘한 내 양산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우리나라보다 적어도 5배는 더 뜨겁게 쏘아내리는 태양광은 밝고 여린 내 양산을 그대로 통과해버렸기에. ㅡㅡ;;

곧이어 찾아오는 한 순간의 깨달음.. 검정 양산의 이유가 이거였군!


비가 오는 날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비 오는 날, 일본의 거리에는 투명 혹은 우윳빛 우산이 넘쳐난다. 일본 국민 우산은 이 투명 우산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이건 부족한 일조량을 채우기 위한 방편인건가??
어쨌든 쉽게 때가 탄다는 이유로 남색, 밤색 체크무늬, 검정색 등 어두운 계열의 우산을 즐겨쓰는 우리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뭐 그런걸 가지고 그래..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당연하다 굳게 믿고 있었던 내 편협한 상식엔 와작 금이 갔다.

이거 한국 전용이었어~ 

검정우산, 투명 우산..
내겐 여전히 신기해보이는 일본의 풍경속에서 난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한 나라의 문화를 섣불리 판단하지 말 것!
문화의 차이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테니까. 일본엔 일본 나름의, 한국엔 한국 나름의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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