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임금과 왕실의 한글편지
봉투 숙모님께 해설 정조가 원손(元孫) 시절 외숙모[홍봉한(洪鳳漢)의 부인]에게 보낸 문안 편지. 1750년대. 정조는 8세 때 세손(世孫)에 책봉되므로 이 편지는 그 이전에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어린 나이라서 글씨체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문안 편지의 형식에 맞추어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군데군데 드러나 있다.
내용 (네가 쓴) 편지 보았다. (정안 옹주의 얼굴에) 돋은 것은, 그 방이 어둡고[너 역질 앓던 방] 날씨도 음(陰)하니 햇빛이 (그 방에) 돌아서 들면, 내가 (돋은 것을) 친히 보고 자세히 기별하마. 대강 약을 쓸 일이 있어도 의관과 의녀를 (그 방에) 들여 대령하게 하려 한다. 걱정 마라. 자연히 좋아지지 않겠느냐. 해설 1603년(선조 36) 선조가 정숙 옹주에게 보낸 편지. 이 무렵 정숙 옹주의 동생인 정안 옹주는 마마(천연두)에 걸려 궁중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그 병세를 걱정하는 언니 정숙 옹주의 편지에 대한 선조의 답장이다.
봉투 (手決) 명안공주방(明安公主房)
봉투 답상장(答上狀) 해설 1641년(인조 19) 효종이 봉림 대군 시절 청나라 심양(瀋陽)에 볼모로 가 있을 때 장모[장유(張維)의 부인]의 편지를 받고 쓴 답장. 외국에서 쓰인 한글 편지라는 점과 주격 조사 '가'가 사용된 점이 주목된다. 당시 23세의 젊은 왕자는, 함께 잡혀 와 있던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의 고생에 대하여 염려하고 있다.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와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하다가 끌려 온 김상헌은 이 때 이미 72세의 나이였다. 편지 끝의 '호'는 효종의 이름인데, 후대에 와서 임금의 이름을 가리기 위해 휘지(諱紙)를 붙여 놓았다.
내용 (네가 쓴) 편지 보고, 아무 탈 없이 있으니 기뻐하며, (너를) 보는 듯 반가워한다. 사연도 보고 못내 웃었다. 그만큼 하여 두면 아무리 쓰려고 한들 임자 없는 일에 뉘라서 애써 할 사람이 있겠느냐. 옷감도 지금까지 못 얻었으니 그것이 완성되기 어려울까 싶다. 너무 조르지나 마라. / 숙경(淑敬)이는 내일 나가게 되었다. 그것(=숙경)조차 마저 나가면 더욱 적막할까 싶으니 가지가지 마음을 진정치 못할까 싶다. 언제 너희나 들어올까, 눈이 감기도록 기다리고 있다. 해설 인선 왕후(효종비)가 둘째 딸 숙명 공주에게 보낸 편지. 17세기 중엽. 인선 왕후의 한글 편지는 70여 편이 현전할 만큼 특히 공주들과의 편지 왕래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문장 구성도 좋을 뿐 아니라 글씨체 또한 전형적인 궁체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 편지는 막내딸 숙경 공주가 혼인한 후, 궁에 들어왔다가 나가게 되었을 때의 서운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편지 사연 중간의 가로획(一字)은 화제가 바뀜을 표시한다.
봉투 마누라(=부인)께 전함 해설 흥선 대원군 이하응이 청나라에서 부인에게 보낸 편지. 임오군란(1882년 6월) 이후 잠시 정권을 장악했던 흥선 대원군은 다음 달인 7월 청나라에 납치되어 끌려가 4년 동안 연금되었다. 이 편지는 그해 10월에 보정부(保定府)에서 쓴 편지이다. 권좌에서 밀려난 자의 통한과 자포자기의 심정이 구구절절이 사무친다. 서화가로도 유명한 대원군답게 한글 글씨체 또한 필력이 넘쳐, 굵은 획과 가는 획의 조화가 한글의 조형미를 잘 드러내 준다.
해설 1904년 1월 순명효 황후(순종비)가 황태자비 시절, 위관(韋觀) 김상덕(金商悳, 1852~1924)에게 보낸 편지. 김상덕은 세자(나중의 순종)의 스승이었는데, 순명효 황후가 의지하는 바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 편지는 안부와 황실의 근황, 그리고 자신의 신병을 토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꽃병 그림의 붉은 편지 봉투와 국화꽃이 인쇄된 화려한 시전지(詩箋紙)가 이채롭다. 궁체 흘림체의 세련된 글씨도 눈여겨볼 만하다. 순명효 황후는 병세가 더욱 깊어져 그해를 못 넘기고 33세의 나이로 별세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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