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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그 시절의 여름

모링가연구가 2009. 2. 4. 05:11

 

 그 옛날 그 시절의 여름 
 그 땐, 선풍기도 없었고 냉장고도 물론 없었습니다. 
에어컨 같은 건 꿈도 못 꾸었고... 
그러나 멀찌 감치서 바라 보기만 해도 시원했습니다. 
 마음이 느긋해서 일까, 아니면 걸음이 한박자 더 느려서 그랬을까...
구멍이 숭숭 뚫린 삼베바지 적삼 걸치고 
    동구 밖 느티나무 아래 누워 
뼈대가 드러나고 속살이 훤히 보이는 부채로 
살랑살랑 부치면 동네 바람이 다 몰려 왔었지요. 
우물에서 갓 퍼온 시린 맹물에다 물 오이 송송 썰어 넣고 
식초도 몇 방울 뿌려 후루룩 후루룩 들이 마시면 
더위가 놀라 도망 갔거든요. 
논 메고 밭 메다가 땀에 절어 
우물가에 홀라당 벗고 업드린 남정네, 
    두레박으로 우물물 길어 한바탕 물벼락을 내리고 나서는 
                      손바닥으로 토닥토닥 등물을 쳐주는 아낙...                 
    미움도 녹고 사랑도 녹아 
여름 날 하루 해가 눈 깜짝할 새 저물어 갔지요. 
마당에 멍석 깔고 모깃불도 피우고 
매캐한 쑥 냄새 온 마당에 퍼질 때쯤에
    우리식구 이웃식구 빙 둘러앉아 갓 쪄낸 감자 옥수수 뜯으며 
할머니 구수한 옛날 귀신얘기 들을 때는 
    오금이 저려 뒷간에도 못가고 앞산 머리에 내려 꽂히는 별똥별 보며 
여름밤은 그렇게 저물어 갔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