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년의 신비
용왕동굴 관람하세요..
Love / Lettermen
중국 호남성 서북부에 자리 잡은 장가계(張家界)는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천하제일의 명산이다. 나는 나의 직장 동료들과 이곳의 산하를 유람하며 절경을 만끽했다. 장가계는 산도 아름답지만, 그 산 밑의 호수와 동굴도 그에 못지않은 스케일을 자랑하며 절로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든다. 장가계에는 유명한 동굴이 두 곳 있고, 그 중 한 곳이 용왕동(龍王洞)이다. 무릉원 풍경구에서 동쪽으로 약 10km 정도 가면 나오는 자리현 강오진 에 이 용왕동이 있다.
▲ 용왕동 입구. 용왕동 입구 위쪽에는 바위가 무너질 듯이 걸쳐 있다.
산 속에 구멍이 뚫린 듯한 용왕동의 입구 위쪽에는 바위가 무너질 듯이 걸쳐 있고, 입구에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듯 시원한 물줄기가 작은 분수처럼 떨어지고 있다. 동굴의 입구는 어찌 보면 평범하지만, 동굴 내부로 들어서자 넓고 깊어진다. 그리고 그 길은 계속 넓어지면서 3.5km를 이어진다. 동굴 입구에서 천장을 올려다보면, 구멍이 뚫려 하늘이 보이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는 외부의 밝은 빛이 마치 구세주의 구원처럼 스며들고 있다. 이 구멍은 한 할머니가 나물을 캐다가 빠진 구멍인데, 이 할머니가 지하의 놀라운 세계를 발견하였다고 한다.
전형적인 석회암 카르스트동굴인 용왕동은 무려 3억 8천만 년 전에 형성된 동굴이다. 만들어진 기간이 오랜 만큼 동굴 안의 종유석이나 석주, 석순의 크기가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다양하고 스케일이 크다. 중국에서도 가장 오래 되고 규모가 큰 이 용왕동은 관광객의 답사가 불가능한 구간까지 포함하여 총길이가 30km에 이른다. 그 동안 많이 보아 왔던 석회암 동굴을 상상하고 들어섰던 나는 이 석회암 종유석의 큰 규모에 도무지 입을 다물지 못 하였다. 가히 석회암 동굴의 챔피언이라고 할 만한 곳이다.
원래 동굴 안 석회석의 색상은 옅은 황토색이다. 동굴의 어두움 속에서 이 자연의 명작들을 감상하려면 빛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동굴 안에는 일류 디자이너가 설치한 아름다운 인공조명이 다양한 종유석과 석순을 비추고 있다. 갖은 색상의 조명을 받은 종유석들의 비경이 끝없이 이어지고, 사람들이 이동하는 통로도 조명으로 인도된다. 워낙 다양한 색상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여 본래의 자연 모습은 조금 왜곡되었지만, 내가 조명의 현란함을 탓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동굴 내에는 조악하게 시멘트로 만들어 색을 칠한 용 조각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동굴이름이‘용왕동’인데다가 동굴의 곳곳이 용이 길게 지나간 듯한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조각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조각은 동굴의 자연경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자연을 해치지 않으면서 간단한 설명문을 세워 놓으면 될 것 같은데, 중국의 자연 보존 의식은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 용왕보주. 마치 하늘과 땅을 연결하듯이 우뚝 서 있다.
이 동굴의 압도적인 경치는 '천하제일기둥'이라고 불리는 용왕보주(龍王寶柱)이다. 이 용왕보주는 마치 하늘과 땅을 연결하듯이 우뚝 서 있다. 기세가 대단한 그 기둥을 보고 감탄하지 않는 일행이 없다. 그런데 이 용왕보주는 첫 인상이 어느 형상을 대단히 닮아 있고, 모두 남자들인 나의 일행은 서로 웃음을 짓는다. 안내인의 설명에 의하면, 우리나라 관광객이 이 대단한 석회암 기둥에 ‘인나그라’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나의 동료들은 대부분 이 거대암석을 쓰다듬으며 정기를 받아들이려 한다.
“정말 힘 좋게 생겼네”, “천장을 뚫을 것 같아!”
우리는 모두 모여 이 거대한 힘 앞에서 기념촬영을 남겼다. 어두운 동굴에서는 빛이 부족하여 촬영하는 사진이 대부분 흔들리는데, 동료 중에서 카메라 삼각대를 가져온 친구가 있었다. 우리는 동굴 내에서 사진을 찍으며 이 친구의 삼각대 위력을 절감했다. 그 친구가 찍은 사진 속의 동굴은 화려한 조명 속에서 자연의 신비를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7백 개에 이른다는 계단을 오르내리며, 동굴의 다양한 절경을 감상했다. 굴속의 벽면을 흘러내리는 듯한 석순은 자연의 신비를 아낌없이 드러낸다. 약 2천 년 전 발생한 지각변동 당시의 낙반 흔적을 볼 수 있는 종유석도 있다.
대형 옥수수가 주렁주렁 매달린 것 같은 종유석, 왕관 모양의 종유석, 폭포수 같은 종유석 등 다양한 종유석에는 각각 다양한 이름들이 붙어 있다. 안내인이 이 종유석들에 대해서 이름 설명을 하지만, 나는 그보다는 이 종유석의 자연적인 모습을 사진기에 담기 바빴다.
▲ 몸을 씻는 부처님 바위. 바위 위에서 물줄기가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이 동굴의 또 한 가지 포인트는 끊임없이 물줄기가 떨어지는 곳에서 몸을 씻는 듯한 부처님 바위이다. 신비스럽게도 바위 위에서 일정량의 물줄기가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이 물줄기가 혹시 조작이 아닌가 하고 유심히 바위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인공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참으로 절묘한 형상에 물줄기는 끊이지 않고 쏟아지고 있었다.
▲ 동굴 내 광장의 작은 호수. 유리 같은 호수에 물 떨어지는 소리가 영롱하다.
용왕동의 평균높이는 50m, 평균 넓이는 80m나 되는데, 그 중에는 동굴 내의 광장 같은 곳도 있고, 석순, 석주들이 아기자기하고 환상적인 정원도 있다. 유리 같은 호수에 물 떨어지는 소리가 영롱하다. 중국의 어느 거대한 문화유산보다도 마음에 황홀감을 안겨주는 편안하고 신비로운 정경이다. 동굴 내부를 둘러본 후 돌아나가는 길도 상당히 길다. 땅덩어리가 넓은 이 나라에서는 석회암 동굴도 거대함 일색이다. 나는 석회암 동굴을 숱하게 보아왔지만, 이렇게 거대한 동굴을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하였다.
중국 여행에서는 관광지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짜증날 때도 많지만, 이러한 자연의 거대한 스케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에서는 사람이 만든 문화유적만 스케일이 큰 것이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낸 이 절경도 거대함 일색이다. 나는 이 용왕동에서 예상치 못한 거대함을 보면서, 그동안 몇 차례의 여행으로 중국을 평가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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