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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새벽

모링가연구가 2008. 10. 23. 05:47

가을 새벽

   

한시의 산책
      
    ♤ 가을 새벽 ♤ 
                 권필(權韠, 1569-1612), 「도중(途中)」
    日入投孤店  山深不掩扉
    鷄鳴問前路  黃葉向人飛
    저물어 외로운 여관에 드니
    산 깊어 사립도 닫지를 않네.
    닭 우는 새벽에 앞길 묻는데
    누런 잎만 날 향해 날려오누나.
    자료출처 鄭 珉 한문학                    


      노루 꼬리만한 가을 해는 빨리도 진다. 해가 뉘엿해지면 나그네는 그만 고개를 못 넘는다. 땅거미 밀려오는 초저녁, 쓸쓸한 주막에서 하루 밤을 묵었다. 종일 지친 발을 쉬며 평상에 앉는다. 도둑 걱정 없는 산골 주막은 사립도 닫아걸지 않았다. 열린 사립 너머로 어두워 오는 산그늘이 짙어간다. 하기야 도둑이 든 들 또 무슨 수가 있겠는가? 곤한 잠을 자고, 새벽닭이 울기 전에 길 떠날 채비를 차린다. 오늘 하루도 가야할 길이 멀다. 주막을 나서도 먼동은 터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가야하나. 어둠 속에 혼자 서서 나는 갈 길을 묻는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누르시든 낙엽만 날 향해 어지러이 날려온다. 어디에도 길은 없다고,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갈 뿐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어둠 속으로 빨려들 듯 날려가는 낙엽을 물끄러미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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