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問寒山道 寒山路不通
…
君心若似我 還得到其中
(인문한산도 한산로불통
군심약사아 환득도기중)
한산으로 가는 길을 물으나
한산 가는 길은 불통이라네
그대 마음 나와 같다면
그 가운데 이를 수 있겠지만
※ 한산(寒山)이란 인명(人名)임과 동시에 산 이름(山名)이기도 하다. 또한 수행을 통해 도달해야 할 깨달음의 경지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산 스님을 만나러 가는 길(방법), 또는 한산으로 가는 길을 묻는 형식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의 경지를 말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그대의 마음이 이미 나와 같은 경지라면 어렵지 않게 거기에 이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말이나 행동으로 어떻게 설명할 도리가 없다는 뜻이다.
당나라 때 한산(寒山)이라는 스님이 있었다. 흔히 한산(寒山)·습득(拾得)이라 하여 습득 선사와 함께 불린다. 선화(禪畵)의 주인공으로도 자주 등장한다.
한산은 보통 글자가 쓰여 있지 않은 빈 두루마리를 펼쳐들고 서 있는 형상으로, 습득은 마당 빗자루나 나뭇잎을 손에 들고 있는 형상으로 등장한다.
두 선사는 풍간(豊干) 선사와 함께 절강(浙江)성 천태산 국청사(國淸寺) 뒤 한산(寒山)의 바위굴에 숨어살았다.
세상의 여느 스님들보다도 법력이 높은 고승이었지만 그들 자신은 평범한 납자의 모습으로 일관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들 세 사람을 '국청삼은'(國淸三隱)이라 불렀다. "국청사에 숨어사는 세 사람의 성자"라는 뜻이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불보살의 화신으로 믿어지기도 했다. 풍간은 아미타불(阿彌陀佛), 한산은 문수보살(文殊菩薩), 습득은 보현보살(普賢菩薩)의 화신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사실은 훗날의 평가이고 당대의 사람들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 근현대 중국화가 번소운(樊少雲)의 <한산행려도(寒山行旅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