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현대 중국화가 부포석(傅抱石)의 <재주상매도(載酒賞梅圖)> 횡폭(橫幅) (1945年作)
月好風 快雨時雪 一合也
花開釀熟 二合也
偶爾欲飮 三合也
小飮成狂 四合也
初鬱後暢 五合也
(월호풍 쾌우시설 일합야
화개양숙 이합야
우이욕음 삼합야
소음성광 사합야
초울후창 오합야)
달뜨고 좋은 바람 불며, 상쾌한 비 오고 때맞춰 눈 내리는 때가 첫 번째요
꽃 피고 적당히 술 익으니 두 번째며
그저 우연히 마시고 싶으면 세 번째라
조금 마시고도 취흥이 도도해질 때가 네 번째요
처음에 울적하다가 나중에 기분이 유쾌해지니 다섯 번째라네
☞ 원굉도(袁宏道), <상정(觴政)>
명나라 말기의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원굉도는 술을 마시는데 다섯 가지의 합당함(五合)과 열 가지의 합당치 않음(十乖)을 구분하고 있다. 위의 것은 술마시기 합당한 다섯 가지 경우이다.
상정(觴政)이란 "술 마시는 의식"이라 풀기도 하고, "주석에서 흥을 돋우기 위하여 정해놓은 규칙" 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재미 삼아 정해놓은 "술 마실 때의 규칙 내지 벌칙" 쯤으로 생각하면 무리가 없어 보인다.
※ 청대(淸代) 화가 왕소(王素)의 <음주도(飮酒圖)>
※ 근현대 중국화가 서조·왕설도(徐操·王雪濤)의 <송하음주도(松下飮酒圖)>
※ 원굉도(袁宏道)는 술 마실 때의 분위기와 그에 맞는 규범과 법도에 대해서도 비교적 소상히 밝히고 있다[≪상정(觴政)≫ <용(容)>]
飮喜宜節
飮勞宜靜
飮倦宜?
飮禮法宜瀟灑
飮亂宜繩約
飮新知宜閒雅眞率
飮雜客宜逡巡却退
(음희의절
음노의정
음권의회
음예법의소쇄
음난의승약
음신지의한아진솔
음잡객의준순각퇴)
기뻐서 마실 때에는 절도가 있어야 하고
피로해서 마실 때에는 조용하여야 하며
권태로워 마실 때에는 농담을 해야 하고
점잖은 자리에서 마실 때에는 소쇄한 분위기가 있어야 하네
문란한 자리에서 마실 때에는 법도가 있어야 하고
새로 만난 사람과 마실 때에는 한아하고 진솔해야 하며
잡객들과 마실 때에는 재빨리 몸을 사려 꽁무니를 빼야 하리
※ 근현대 중국화가 하천건(賀天健)의 <음주간산도(飮酒看山圖)>
※ 근현대 중국화가 기곤·섭윤(祁崑·葉?)의 <청천음주(聽泉飮酒)> (1934年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