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72.7 ×53.0
2007년 작
여름 이야기 2
54.0 * 46.0
2006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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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가 있는 여름
53.0×45.5cm
2002년 작
가을날
해바라기의 시간들
1973년 10월 15일,
초등학교 5학년 2학기이다.
어느정도 공부의 맛을 알만한 시기였으나
여전히 배고픈 날들이 일상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와 교문으로 가는데
화단에 고개숙인 해바라기가 해를 등지고 서있었다.
가을날이라 그런지 녹색기미는 전혀 없었다.
충분히 영글어 총총히 박힌 해바라기 씨들이
배고픔을 자극시켰다.
친구와 같이 화단에 들어가 처음엔 몇알 빼먹다가
아예 목을 부러뜨려 들고서 나오는 순간
6학년 어느반 선생님께서 오라고 하셨다.
충분히 발생할수 있는 상황인데도 그제서야
두려움이 생겼다.
주먹으로 머리를 몇대 맞았다.
한참 동안의 정신교육 후에 선생님께서
해바라기 씨를 한주먹씩 주셨다.
그 씨를 심어 키워서 다음해 10월 15일에
해바라기 하나를 가져오라 하셨다.
주머니에 해바라기 씨를 넣어 집으로 가는길,
이미 입맛에 길들여진 해바라기 씨에 자꾸만 손이 갔다.
하나만 심어도 된다는 생각에
결국 거의 대부분을 먹고 말았다.
몇알쯤 주머니에 남아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주머니를 꺼집어내도 해바라기 씨는 보이질 않았다.
꼭 씨를 심어 해바라기를 가져가리라 다짐했는데
가슴이 철렁이었다.
간간히 죄지은듯한 마음으로 많은 날들이 지났다.
6학년 1학기 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나무와 꽃을 심는날
한동안 잊고 있었던 해바라기가 생각났다.
다른 씨를 구해 심어도 되겠지 하는 생각도 해보다가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차라리 10월 15일에 그 선생님께 솔직히 이야기하고
용서 받음이 나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많이 남은 날들 때문에 걱정은 뒤로했다.
여름날 학교에서 집으로 갈때마다
한번씩 보여지는 화단의 해바라기들이
가슴을 조여왔다.
그렇게 가을이 다시 왔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10월 15일이라는 날짜가
떠올랐다.
어떻게 해야할지 확신이 없었다.
같이 해바라기 씨를 먹었던 친구가 생각 났다.
그친구도 씨를 심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선생님은
지난학기 후에 다른 학교로 전근 가셨다 한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잠시동안 뭔가 허전함을 느끼고
해바라기에 관한 일들은
세월이 흘러감에 잊혀져 갔다.
미술대학 1학년 시절 화실에서 해바라기를 그렸다.
그순간 초등학교 시절 해바라기의 가슴조임이 생각났다.
잠시 고개숙인 해바라기를 보며
나도모르게 고개가 숙여졌다.
그 해바라기를 생각하면 지금도
해결하지 못한 작은 응어리가 살아 숨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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