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모음방

임보 선생님 시화 모음/ 춘강화

모링가연구가 2010. 4. 19.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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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시] 자연 속의 삶 임보

 

26

푸른 자연 속에 노닐면 마음의 티끌이 걷히고

맑은 시화(詩畵)와 벗하면 속된 기운이 사라진다.



* 마음의 때를 떨쳐 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은 역시 자연이다.

  또한 선비들의 맑은 정신이 깃들어 있는 시와 그림을 벗하며 지내는 것도

  속된 기운을 멀리하는 바람직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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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觀戰)  /   임보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것은
싸움 구경이다

쪼고 할퀴는 닭싸움
밀고 받는 소싸움
타고 달리는 경마
소와 겨루는 투우

권투 유도 씨름 레슬링 k1 프라이드…몸 싸움
탁구 정구 농구 배구 송구 축구 야구… 공 싸움
육상 경주들도 재밌고
수중 경기들도 즐겁다

화투며 포커 등 돈 싸움
장기며 바둑 등 머리 싸움

부부간의 사랑 싸움
형제간의 재산 싸움
정치꾼들 권력 싸움
깡패들의 패 싸움
노사간의 밥 싸움

테러와 쿠테타
분쟁과 정복
세계대전
스타워즈

온통 싸움판인 세상
이보다 더 흥겨운 굿판은 없다.

(우이시 제2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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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 언어 / 임보



주먹을 불끈 쥐면 분노
두 손을 비비면 애원

움켜잡으면 욕망
가만히 내밀면 구걸

쓰다듬으면 애무가 되지만
어깨 위로 들어 흔들면 작별

하나의 검지로 사람들은
지시, 선택, 야유, 고발을 한다

엄지를 세워
공중으로 쳐들면 으뜸
지상으로 내리꽂으면 죽임

엄지와 검지만을 둥글게 맞대면 돈
검지와 중지 사이에 엄지를 끼우면 음부

새끼손가락은 은밀한 여인
엄지는 우두머리

때로는 칼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총이 되기도 한다

아니, 귀가 닫힌 이들은
두 개의 손으로 얼마나 많은 말들을 빚어내던가.


(우이시 제212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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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두(指頭)  /   임보


방학동(放鶴洞)은 산수(山水)가 맑아

소인묵객(騷人墨客)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동구 앞에 이르니

몇 사람들이 문방사우(文房四友)를 놓고

떠들석하니 자랑들이다

붓쟁이 외치기를

좋은 글은 좋은 붓에서 나온다며

청모록필(靑毛鹿筆)을 들어 햇볕에 펼쳐 보이자

진청(眞靑)의 모발(毛髮)에 윤기가 반짝인다

먹쟁이 이어받기를

좋은 먹이 없이는 좋은 붓이 살 수 없습니다며

단연송묵(丹烟松墨)을 들어 흔들어 보이니

먹의 매운 향이 바람결에 벌써 묻어 난다.

그 뒤를 벼루쟁이 또한 일어나서

좋은 벼루가 없고서야 어찌 좋은 먹을 갈 수 있겠는가

자옥용연(紫玉龍硯)의 뚜껑을 열어 보이니

붉은 옥을 뚫고 꿈틀거리는 용이 금방

하늘로 솟아오를 것만 같다

그러자 맨 마지막에 종이쟁이 일어나 웃으며 이르기를

이들이 제 아무리 천하 보배라도

좋은 종이가 없고서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황태봉지(黃苔鳳紙)를 들어 허공에 펼치니

봉황(鳳凰)의 무늬가 담긴 담황(淡黃)의 화선지(畵宣紙)가

비단처럼 너울거린다

선비님

선비님

하나 골라 보십시오

붓쟁이가 그의 곁에서 한참 지켜보고 서 있는

한 선비의 소매를 끌자

그 선비 고개를 흔든다

내게는 다 소용없오

그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작은 호리병 속에

그의 엄지 손가락을 밀어 넣더니

길가의 돌 위에 푸른 획을 하나 그었다

지두필법(指頭筆法)이다

네 사람들이 혀를 널름대며 갑자기 숙연해 진다.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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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임보

육신의 무게를 다 버린

의지의 표상만 남아 있는

그런 맑고 고운 손이 있다면

그것은 갈대의 꽃이다

떠나기 전 마지막 흔드는

저 순결의 손들을 보라

비록 한 해의 삶이 덧없을지라도

그들은 눈물겨운 긍정으로

그렇게 사랑을 바람 속에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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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우거진 시냇가에 홀로 서면

헤어진 옷깃에 구름 스며들고

대숲 우거진 창가에 책을 베고 누우면

낡은 담요에 달빛도 젖어드네.



* 명리를 떨쳐버리고 맑은 자연 속에서 좋은 책과 벗하며 살아가는 선비에겐

  가난도 오히려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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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四季   /     임보

 

 

 

          

 

 홍                    

 

           백

 

 

 

 

           * 백화난만百花爛漫의 봄은 붉은 빛

             녹음방초綠陰芳草의 여름은 초록 빛

             만산황엽滿山黃葉의 가을은 노란 빛

             설원만리雪原萬里의 겨울은 흰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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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임보

 

불속에서 태어나

흙의 굳은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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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   임보

 

대지大地의 등뼈

강들의 자궁子宮

 

  * 산은 아직 무너지지 않고 남아 있는

          대지의 단단한 뼈다.

          천만의 강물들은 다 그 산자락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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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란寒蘭  /   임보

 

 빼 들고

날아가는

벙어리 떼

기러기

 

     * 모든 꽃은 아름답다. 그러나 외롭고 슬픈 것도 있다.

        긴 꽃대에 가늘게 매달려 있는 한란의 꽃송이들을 보면 새들이 떠오른다.

        겨울 하늘을 날아가는 기러기들…


 

 

 

설경(雪景)․4/                   임보

 

 

 

눈 위에 달이 오니

설월(雪月)이요

 

달 아래 꽃을 보니

월매(月梅)로다.

 




 

 

 

묵란(墨蘭)/                  임보

―율(律)?62

 

 

 

난초야

난초야

검은 난초야

 

나비도 모르는

먹 난초야

 

동지섣달 추운 밤에

꽃을 피워

 

하늘 나는 기러기떼

코나 후비렴.

 

 




 

 

바위/   임보

 

 

 

속리산 골짝에 들어갔더니

 

천년 묵은 소나무 깊은 숲속에

 

큰 바위 한놈 웅크리고 있데

 

아무도 보는 이 없는 그 산 속에서

 

천만 년 숨어서 그렇게 있데

 

샘김새를 보니 거북도 같고

 

독수리 등짝 같기도 한 그놈을

 

끌어다 세상에 내놓으려 해도

 

아무런 방도가 없데

 

꼼짝달싹도 하지 않데.

 




 

                             

 장강은 나를보고/임보 .출처-자연과 시의 이웃들

 

장강(長江)은 나를 보고 유유히 살라 하고

창해(蒼海)는 나를 보고 광활히 살라 하네

부귀도 벗어 놓고 영화도 벗어 놓고

학처럼 구름처럼 살다가 가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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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강 화백님 고맙습니다.

졸시를 좋은 그림에 곁들여 주시니 한결 나아 보입니다.

화제의 작품들이 그림에서는 잘 읽을 수 없을 것 같아 아래에 다시 옮깁니다.

운수재

 

흙 버리고
물 버리고
모진 바닷바람
굳은 절벽 바위 틈에
뿌리 박고 사는 그놈
그놈 참
사람 기죽이네.
         <풍란>

 

--墨蘭曲

 

한 폭의 墨蘭을 심어 보고 싶네

한 십 년쯤 짙게 먹을 갈아

黃毛 큰 붓을 槍으로 곧게 세워

韓山 가는 모시 그대 치마폭에

寒蘭 아홉 꽃잎 새기고 고쳐 새겨

千年 묵은 香, 靑山 님의 뜻을

오월 端午 푸른 그네 바람결에

白雪 꽃잎으로 銀河토록 밀고 밀어

恨 많은 風塵世上 태워 보고 싶네.

 

유란곡幽蘭谷에 이르면
난의 향기가 온 산천을 뒤흔든다.
계곡의 물을 마시고 사는
사슴의 똥에도 
그 향이 배어 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난초들이 지천으로
이 골짝을 메우고 있기에 그런가고
물을 긷고 있는 동자에게 물었더니
고개를 젓는다.
난형蘭兄이라는 그의 스승이 
바위 밑에서 
한 그루의 난을 기르고 있을 뿐이란다.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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