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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정은진의 눈으로 바라본 평양

모링가연구가 2010. 4. 13. 16:56

 

사진가 정은진의 눈으로 바라본 평양

photo01 수많은 이들의 기대와 관심 속에 시작된 평양 관광은 예상했던 대로 아직까지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관광객들은 대절한 버스를 타고 북측에서 정한 코스만을 유람해야 한다.

 

평양 순안공항에 내리면 공항 건물에 그려진 김일성 주석의 그림 아래에서 안내원과 버스가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버스를 타고 시내에 진입하면 깔끔한 건물과 텅 빈 도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평양의 건물은 구소련의 건축 양식을 띠고 있다.

 

주로 197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 대부분인데 지금 보아도 모던함이 느껴질 정도로 세련미를 갖추었다. 하지만 그중에는 짓다 만 105층짜리 류경 호텔 같은 안타까운 건물도 있다. ‘류경(버드나무가 많은 도시라는 뜻)’은 평양의 옛 명칭으로,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류경 호텔을 지었지만 엘리베이터가 비뚤어지는 바람에 공사가 중단되었다고 한다.


류경이라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평양은 나무와 공원이 아주 많다. 덕분에 도시 전체가 쾌적한 느낌을 준다. 평양을 가로지르는 대동강 역시 아름답기 그지없다. 공기가 맑아서 하늘도 몹시 푸르다. 물론 널찍한 도로에 차량이 거의 없다는 점도 평양 공기가 맑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평양은 북한 최고의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도로에 차가 거의 없다. 평양 시민들은 출퇴근을 할 때 대부분 지하철이나 자전거를 이용한다. 1974년에 지하철이 준공되었고 현재는 서너 개의 노선이 있다고 한다. 차량이 없어서 신호등도 없는 것일까. 넓은 도로를 버스를 타고 달리다 보면 교차로마다 신호등 대신 손짓으로 교통정리를 하는 교통 안내원을 볼 수 있는데, 모두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이다.

 

하루 종일 뙤약볕 아래에 서 있어야 하는 일이라 자외선 차단제를 열심히 바른다고 한다. 거리에는 인민복이나 당복을 입은 깔끔한 차림새의 평양 시민들이 종종 눈에 띈다. 보통 십 리 내외는 걸어서 이동하는 탓이다. 때때로 행군하는 군인들의 모습도 보인다. 평양 시민들은 버스가 지나가면 걸음을 멈추고 손을 흔든다. 환하게 웃으며 관광객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이 무척 순박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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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아리랑 공연이 열리는 5.1 경기장은 1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2 아리랑 공연 당시 펼쳐진 카드 섹션. ‘배경대’라 불리는 2만 명의 북한 중학생들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고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3 만경대 평양학생소년궁전의 공연 모습. 시대에 맞게 개량한 국악 오케스트라가 흥미롭다.

 

 

평양의 명소 중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은 만수대다. 만수대는 평양 중심지에 있는 언덕으로, 평양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날씨가 좋으면 황해도까지 보이는 곳이다. 원래 지명은 ‘장대재 언덕’이었으나 김일성 정권 이후 만수대로 개명되었다. 이곳에는 1972년 김일성의 60회 생일을 기념해 건립한 20미터 높이의 초대형 동상이 있다. 만수대 동상은 북한 전역에 있는 3만5000여 개의 김일성 동상 중에서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일단 평양에 도착하면 지위고하, 남녀노소, 국적을 막론하고 만수대에 올라 묵념을 하게 된다. 평양 주민들은 평소에도 종종 만수대를 산책하지만 결혼을 하는 등 경조사가 있으면 반드시 만수대에 가서 참배를 한다. 묘향산 妙香山은 평양을 아름답게 하는 명산이다. 향나무가 많아서 묘향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태백산, 또는 서산이라고도 불린 묘향산에는 해발 1909미터의 비로봉을 비롯해 1만 개의 폭포가 있다는 만폭동 등 웅장하고 아름다운 볼거리가 많다. 그 밖에 만경대에 있는 김일성 생가, 파리의 개선문보다 10미터가 더 높은 평양 개선문, 주체사상탑 등의 관광 코스가 있다.


평양에서 관광지 외에 가장 눈에 띄는 볼거리는 평양학생소년궁전의 공연과 아리랑 공연이다. 북한에서는 어린이들의 재능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전국 각지에서 과학이나 예술 등에 소질이 있는 어린이들을 경연 등을 통해 선발한 뒤 평양학생소년궁전에서 영재 교육을 한다. 뽑힌 어린이들 중 대부분은 예술인이나 상류층 자녀들이다. 선발된 어린이들은 600여 명 정도로 무용, 서예, 바둑, 조선 음악(국악) 등 그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한 아이마다 보통 두세 가지 정도 장기를 가지고 있는데 일단 무대 위에 오르면 어찌나 완벽하게 연주를 하는지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그중에는 전통 악기 오케스트라도 있다. 우리 악기를 시대에 맞게 개량해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오케스트라를 구성한 지혜와 감각이 놀라울 따름이다.


북한에서는 1년에 한 번 5.1 경기장에서 대규모 공연을 여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아리랑 공연’이다. 노동절을 기념해 이름 지은 5.1 경기장은 대동강 내 능라도에 있는 1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경기장이다. 15만 명 중 2만 명은 ‘배경대’라고 해서 카드섹션을 하는 팀이고, 8만 명은 ‘바닥대’라 하여 경기장 안에서 공연을 펼치는 팀이다. 그리고 나머지 5만 명이 관객이 된다. 배경대는 객석 정면에 펼쳐져서 공연 내내 표어부터 그림까지 다양한 화면을 보여준다. 바닥대는 매스게임 등의 군무를 공연하는데 8만 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장관을 이룬다. 북한은 2005년 아리랑 공연 때 남한 주민 10만 명을 초청하기도 했다. 아리랑 공연 티켓은 약 100달러이고 항공권과 숙박 등 여행 경비를 합치면 150만원가량의 경비가 든다. 하지만 취재차 평양을 방문한 사진가 정은진 씨는 아리랑 공연이 그만한 값어치를 충분히 한다며 장담한다. “일단 공연 규모가 쉽게 볼 수 없을 만큼 광대한 데다 안무나 음악, 의상 등이 매우 독창적입니다. 특히 전통 군무는 한복의 아름다움과 우리 전통 무용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국제적인 수준의 공연이지요. 전통미를 잃지 않고 잘 보존해 온 점은 남한이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1. 1 아리랑 공연에서 ‘바닥대’가 매스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2 평양 국립도서관. 3 묘향산에 있는 국제친선회관 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평양 청년. 4 평양학생소년궁전에서 어린이들이 무용 공연을 하고 있다. 5 만수대를 찾은 평양 어린이들의 해맑은 미소가 눈부시다.

 

 

아리랑 공연 당시 평양 시내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평양 시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들이 입은 한복은 큰 행사 때 입을 수 있도록 나라에서 국정 가격으로 저렴하게 보급한 것이라고 한다. 북한에는 이처럼 행사마다 입을 수 있는 옷과 장식품이 마련되어 있어서 명절이나 행사가 있을 때면 모두가 빔으로 단장하고 외출을 한다. 평양의 여인들은 피부가 희고 살결이 고와 과연 ‘북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아쉽게도 요즘 두꺼운 화장이 유행을 하는 모양이라 하나같이 분을 두껍게 발랐다. 헤어스타일은 ‘구름머리’라는 파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북한의 남자들 역시 생김이 훌륭하다. 남한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다. 특히 슈트를 입은 남자는 풍채나 생김새가 영락없이 남한 남자다. 남남북녀가 아니라 북남북녀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평양 시민들은 주말이 되면 일주일의 시름을 놓고 다양한 레저 활동을 누린다. 여자들은 찬거리도 마련할 겸 평양 근교로 나물을 캐러 가기도 하고 만수대나 대동강변으로 산책을 가기도 한다. 때로는 가족들과 함께 인민문화예술극장이나 만수대예술극장에 가서 영화나 공연을 보거나 유원지에서 오락 기구를 탈 때도 있다. 축구나 농구, 체전 등의 국내 경기가 열릴 때는 경기장에서 스포츠를 관람하기도 한다. 관람료는 1000~2000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사실 평양은 외국의 유수 도시들에 비해 볼거리가 많거나 인상 깊은 추억을 던져주는 곳은 아니다. 수천 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도에서 볼 수 있는 고풍스러운 건물이나 오래된 성이 있는 것도 아닌 데다 체제의 벽 때문에 자유 관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관광 경로를 따라 이동할 때도 정해진 곳 외에는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제지하는 수행원이 따라다니는 바람에 제대로 관광 기분을 낼 수도 없다. 하지만 분단되어 있는 동안 그들이 소중히 간직하고 발전시켜 온 우리 고유의 문화 예술과 반갑게 맞아주는 동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매력이다. 무엇보다, 소련도 가고 달나라도 가던 시절에 발 동동 구르며 바라만 보던 그곳에 갈 수 있게 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평양을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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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평양학생소년궁전 앞에서 만난 소녀. 이곳에서 예체능 분야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어린이들이 영재 교육을 받는다. 2 관광객 앞에서 공연하는 북한 어린이들. 3 평양의 도로는 넓고 시원하게 뚫려 있으며 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 한산하다. 4 아리랑 공연 중에 선보인 군무. 공연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한복이 매우 인상적이다.

 

 

 

 

 

 

<출처;tong.nate.네이트 우수 블로그 왕관이예요justin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