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차이나(Bone China)를 혹시 ‘중국에서 탄생한 자기’라는 뜻으로 착각하는 일은 없으리라 믿는다. 본차이나는 널리 알려진 대로 ‘동물의 뼛가루를 섞어 구워 낸 도자기’를 말한다. 차이나(China) 또는 포슬린(Porcelain) 이라 불리는 도자기가 언제부터인가 본차이나로 통용될 만큼 그의 출생은 도자기 역사에서 엄청난 사건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천년동안 전세계 도자기 시장을 독점하고 석권해 온 중국도자기를 제압한 일대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본차이나가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도자기 분야에서 유명해진 또 하나의 이름이 있으니, 바로 영국이다. 이름만으로는 짐작하기 어려운 본차이나의 출생지는 다름 아닌 영국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영국은 최고급 도자기 생산국으로 인정 받는데, 사실은 본차이나가 영국을 도자기 강국으로 키웠다기보다 영국식 도자기 산업제도의 우수성이 본차이나를 낳았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그 관계를 이해하자면 도자기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당시 유럽의 사회 현상들부터 이해해야 한다.
이슬람 문명의 영향을 받아 태어난 스페인의 이스파노모레스크, 이것이 건너가서 탄생한 이탈리아의 마졸리카(Majolica), 프랑스의 파이앙스(Faience), 네덜란드의 델프트(Delft) 등이16세기 유럽 도자기의 시조였다. 16~17세기에 걸쳐 유럽 전역에 전파된 이들 자기는 도기와 자기의 중간 수준인 연질자기로, 1350도 이상에서 굽는 중국 백색 자기의 기술을 따라갈 수 없었다. 연질자기가 보편화될수록 도자기를 보는 유럽인들의 심미안은 높아졌고, 눈이 높아질수록 중국의 고급도자기를 소유하고픈 욕망 또한 커져 갔다. 당시 중국 도자기 하나가 집 한 채 가격으로 거래되었을 정
도다. 인도 항로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의 교역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의 도자기가 유럽으로 마구 수입되었고, 그만큼 유럽의 돈이 아시아로 빠져 나갔다. 이렇듯 수요가 많고 돈이 되다 보니 유럽각국이 직접 도자기에 달려들었다. 특히 일찍부터 일본의 도자기를 받아들였던 네덜란드, 앞선 도자 기술을 선보였던 독일 등에서 중국 도자기에 버금가는 고급스러움을 재현하고자 혈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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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오랜 역사와 더불어 최고급 도자기로 평가 받는 첼시(Chelsea)와 로열 크라운 더비(Royal Crown Derby), 그리스로마신화의 아름다움을 재현해 최고 인기브랜드로 주목 받은 웨지우드(Wedgwood), 영국을 도자기 강국으로 이끈 리버풀(Liverpool), 뉴홀(New Hall), 데번포트(Devonport), 민턴(Minton), 벅스홀(Vauxhall), 로킹엄(Rockingham), 앤슬리 (Aynsley), 돌턴(Dalton) 등이 그 주역들이다. 잉글랜드 중부에 자리한 스토크온트렌트(Stoke-on-Trent)에 가면 도자기 생산 공장들을 비롯해 웨지우드와 스포드(Spode) 등의 방문객 센터, 여러 도자기 박물관들, 앤티크 상점 등이 있어서 영국의 유명 도자기 브랜드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작품들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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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스포드는 푸른색 밑그림 화법으로 유럽식 청화백자를 선보여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18세기말에 가벼우면서 견고하고, 얇지만 보온성이 뛰어나며, 맑고 투명한 소리를 내는 그릇, 본차이나를 개발하는데 성공 했다. 본차이나의 등장은 중국과 함께 영국을 세계 도자기를 주름잡는 양대 산맥으로 정착시키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수준급에 이르는 영국 도자기도 초창기에는 일본이나 중국의 스타일과 문양을 흉내내는 정도였지만 은식기의 모양새나 디테일을 응용하거나 그리스로마 시대의 디자인 기법을 차용하며 점차 고유의 스타일을 찾아 나갔다. 지금은 디자인과 견고성에서 유럽을 대표하는 그야말로 도자기 강국 영국이 되었다.
영국의 예술비평가 허버트리드(Herbert Read)의 유명한 말이 떠오른다. "한민족의 예술성과 미학과 감수성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 민족이 흙을 어떻게 만져 왔는가를 살펴보라.” 그의 말로 해석하자면 도자기만으로도 영국인들의 예술지수와 미학지수는 이미 세계적인 인정을 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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