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끈한 허리를 만드는 것 외에도 이 춤이 지닌 미덕은 여러 가지다. 우선 골반을 유난히 단련하는 동작이 많기 때문에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이나 높은 힐 슈즈로 인해 삐뚤어진 골반 형태를 바로잡을 수 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어깨를 떨거나 돌리는 동작은 구부정한 어깨를 바로 펴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또 벨리댄스에서만 볼 수 있는 복부를 떠는 동작들은 평소 꾸준히 반복하면 출산할 때 고통이 덜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산후에 자궁을 수축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더불어 동작이 어렵지 않아 배우는 재미가 쏠쏠한 점도 이 춤이 지닌 매력. “예쁜 몸매를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서 계속 배우러 가게 되더라구요. 웨이트 트레이닝은 귀찮으면 빼먹기도 하고 슬슬 하면서 꾀를 부렸는데, 벨리를 추는 날에는 꼭 빼먹지 않고 갔을 뿐더러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다양한 운동에 도전해본 푸드 스타일리스트 천현정은 이렇게 말한다. 그녀는 운동을 중간에 그만뒀다가 다시 배우러 가기가 참 어려운데, 벨리댄스만큼은 절대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알고 추자, 벨리댄스
터키의 전통 춤이었던 벨리댄스가 지난해부터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된 것은 외국 팝 가수들의 영향이 크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가진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그녀의 영원한 앙숙일 것만 같은 크리스티나 아길레나가 대표적인 경우. 둘은 마치 경쟁하듯 벨리댄스를 안무에 도입해 화제를 모았으며, 서로 다른 시상식에 참석해 상대방을 의식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M-TV 시상식에서 공연하던 브리트니가 갑자기 벨리댄스를 추며 옷을 벗어던지는 스트리킹을 연출하자,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역시 그 다음주에 열린 라틴 그래미상에서 히프를 과도하게 흔들어대며 벨리댄스를 췄던 것.
이외에도 라틴 팝의 신예 스타 샤키라 역시 벨리댄스를 안무에 도입했고 스팅은 뮤직비디오 ‘Desert Rose’에서 고대 중동 지역을 연상시키는 세트를 배경으로 벨리댄스를 추는 무희들을 선보였다. 벨리댄스가 이처럼 인기를 끈 이유에 대해 백스트리트 보이즈의 안무를 담당하는 파티마는 ‘흐느적거리는 듯한 관능미가 사람들을 유혹하기 때문’이라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의 말처럼 벨리댄스는 섹시한 자태와 당돌한 교태가 보통이 아닌 춤. 오죽하면 남자들이 벨리댄스 무희들을 돈으로 사서 첩으로 삼았다는 이야기가 중동 지역의 여러 고서에 기록돼 있을까. 하지만 이성에게 섹스어필하기 위해 이 춤을 추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터키의 배꼽춤으로 알려져 있는 벨리댄스는 여신에게 종으로 바쳐진 소녀들이 추는 ‘신성한’ 춤이자, 자매애를 발휘한 의식에 사용된 경건한 몸짓이었다.
배 근육을 사용해 골반과 허리를 재빨리 흔들어대는 동작이 유난히 많다는 사실은 그래서 단순하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벨리 belly’ 라는 단어 자체가 복부, 위, 장을 포함하는 부분을 뜻하는데, 과히 점잖은 표현이 못 되어 ‘레이디’ 앞에서는 쓰지 않는다고). 이 동작들에는 여성의 다산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일례를 들자면 모로코나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아직까지도 독특한 출산 풍습이 남아 있다. 곧 출산할 여자를 위해 동네 여자들은 텐트 안에 젖꼭지 모양의 우묵한 구덩이를 판다. 이 위에 앉아 산모가 아이를 낳는 동안 여자들은 그 주변을 에워싸고 배를 흔들어대는 춤을 추며 순산을 기원한다고. 재미있게도 중동의 무통 분만법을 가르치는 여러 출산 학교에서는 이 춤을 벨리댄스라고 소개하면서 가르치고 있다. 또 이집트에서는 결혼식 때 벨리댄서를 초대해 신부의 배에 손을 올리고 사진을 찍는 풍습이 있다.
핵심 동작에 도전한다!
‘중성’에 가까운 다른 춤들과 달리 벨리댄스는 태생부터 아예 여성의 몸을 위해, 몸에 맞게 안무가 짜여진 ‘여성의 춤.’ 부드럽고 유연한 동작이 많은 것, 복부와 히프, 가슴 근육을 이용한 안무가 유난히 많은 것, 그래서 섹스어필한 느낌을 주는 것도 무리가 아니란 이야기다. 발을 땅에 붙인 채 상체만을 움직이는 동작이 많아 별로 어렵다거나 힘들어 보이지 않지만 실상은 다르다. 전문 댄서처럼 물 흐르듯 이어지는 동작을 실수하지 않고 해내려면 적어도 1년의 연습 기간이 필요하다. 단순히 ‘초보 딱지’를 면하려면 일주일에 세 번 정도, 한 시간씩은 꾸준히 배워야 가능하다고.
하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전문 벨리댄서인 김대은 씨(벨리댄스 오다 아카데미 대표)에 따르면 ‘가슴과 배, 히프를 흔드는 동작들만을 따로 연습해도 날씬한 몸매를 만드는 데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니까. 모든 동작들은 전체적으로 몸에 힘을 빼고 사용하는 근육에만 힘을 주는 게 중요하다. 자, 그럼 혼자 연습해도 충분히 따라할 만한 핵심 동작들은 다음과 같다. 참고할 것!
1 골반 돌리기
골반을 돌리는 자세는 크게 히프 서클과 바이시클 동작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양 다리를 어깨 넓이보다 조금 넓게 벌리고 서서 양 발을 11자로 만드는 기본 자세를 취한다. 히프는 약간 뒤로 빼고 가슴과 어깨를 쭉 펴서 자세를 곧게 하고 손은 자연스럽게 허리에 갖다 댈 것. 다음으로 왼쪽 다리를 축으로 오른쪽 다리를 사선 앞으로 디딘 자세를 취한다. 이때 발끝은 세우며 상체는 약간 뒤로 젖힐 것. 양 팔은 허리 아래로 편안히 내려 살짝 벌려준다. 이 상태에서 히프를 360도로 뱅글뱅글 돌리기 시작할 것. 이것이 굳어 있는 골반을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히프 서클 동작이다.
바이시클 동작은 기본 자세에서 허리와 가슴을 펴고 히프를 약간 뒤로 한 채 골반을 앞에서 뒤로 돌리는 것이다. 자전거 바퀴가 돌아가는 것을 상상하면 더 쉽다. 골반뼈와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 틀어진 골반을 바로잡는다.
2 가슴 돌리기
기본 동작, 트위스트 슈미, 스네이크 암스가 있다. 기본 동작은 손을 허리에 가볍게 올린 후 가슴을 앞으로 쭉 내민 상태에서 시작한다. 오른쪽 옆으로 상체를 밀었다가 다시 뒤로 눕듯이 가슴을 뒤쪽으로 한 다음 왼쪽 옆으로 상체를 밀어주면 OK! 이 동작을 계속해서 반복하면 상체의 유연성을 기르는 데 좋다.
트위스트 슈미는 팔꿈치를 약간 굽힌 팔을 어깨와 수평으로 든 상태에서 시작한다. 처음에는 히프를 천천히 왼쪽, 오른쪽으로 비틀어주다가 점차 속도를 붙여 빨리 흔든다. 장 운동을 활성화해 변비에 좋으며, 뱃살이 쉽게 빠진다.
스네이크 암스는 뱀이 움직이는 모양을 팔로 표현하는 동작이다. 우선 팔을 팔꿈치부터 서서히 들어올린다. 팔을 내릴 때는 손바닥으로 벽을 쓸어내리듯 내린다. 한때 유행했던 어깨 웨이브 춤을 연상하면서 하면 된다. 양 옆으로, 앞 뒤로 양 팔을 번갈아가며 하되 똑바로 서서 하고, 상체를 완전히 뒤로 젖히고 하는 것을 반복한다. 이 동작을 할 때 주의할 것은 어깨에 힘을 빼야 한다는 점이다. 팔 근육에 힘이 많이 들어가 팔의 군살이 빠진다.
3 히프 스트레칭
히프롤 동작과 언줄레이션 동작이 있다. 우선 히프롤 동작은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골반을 옆으로 밀어준다. 이때 뒤꿈치를 든 다음 재빨리 안쪽으로 골반을 들여오면서 다시 뒤꿈치를 내린다. 오른쪽부터 천천히 4번, 빨리 4번 한 다음 왼쪽에도 똑같이 반복한다. 히프 근육을 자극하므로 히프업 효과가 있으며 허리 군살도 함께 빠진다.
언줄레이션은 왼손을 배꼽에 대고 오른발이 미끄러지듯 나가면서 상체를 가능한 한 뒤로 젖혀 누웠다가 일어난다. 이때 오른손은 옆으로 누운 8자 모양을 부드럽게 그린다. 서서 4번, 한 바퀴 돌면서 4번 할 것. 왼쪽으로도 반복한다. 복근을 강화해 탄력 있는 복부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