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3m, 너비 10m의 ‘ㄱ’자 모양으로 꺾인 절벽암반에 여러 가지 모양을 새긴 바위그림이다. 바위그림을 암각화라고도 하는데, 암각화란 선사인들이 자신의 바램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커다란 바위 등 성스러운 장소에 새긴 그림을 말한다. 전세계적으로 암각화는 북방문화권과 관련된 유적으로 우리민족의 기원과 이동을 알려주는 자료이다.
1965년 완공된 사연댐으로 인해 현재 물 속에 잠겨있는 상태로 바위에는 육지동물과 바다고기, 사냥하는 장면 등 총 75종 200여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육지동물은 호랑이, 멧돼지, 사슴 45점 등이 묘사되어 있는데, 호랑이는 함정에 빠진 모습과 새끼를 밴 호랑이의 모습 등으로 표현되어 있다. 멧돼지는 교미하는 모습을 묘사하였고, 사슴은 새끼를 거느리거나 밴 모습 등으로 표현하였다. 바다고기는 작살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의 모습 등으로 표현하였다. 사냥하는 장면은 탈을 쓴 무당, 짐승을 사냥하는 사냥꾼, 배를 타고 고래를 잡는 어부 등의 모습을 묘사하였으며, 그물이나 배의 모습도 표현하였다. 이러한 모습은 선사인들의 사냥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길 기원하며, 사냥감이 풍성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바위에 새긴 것이다. 조각기로 쪼아 윤곽선을 만들거나 전체를 떼어낸 기법, 쪼아낸 윤곽선을 갈아내는 기법의 사용으로 보아 신석기말에서 청동기시대에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선과 점을 이용하여 동물과 사냥장면을 생명력있게 표현하고 사물의 특징을 실감나게 묘사한 미술작품으로 사냥미술인 동시에 종교미술로서 선사시대 사람의 생활과 풍습을 알 수 있는 최고 걸작품으로 평가된다. ![]() | |||||
선사시대의 흔적이 은근히 피어나는 곳
참 오랜만에 가본 반구대였다.
총각 시절 여름에는 친구들과 천막을 차려놓고 실컷 놀던 곳이었고
늦가을과 겨울에는 암각화를 보기 위해 무던히도 드나들던 곳이었다.
재수좋은 날엔 호수 근처 자갈밭에서 간혹 진기한 돌을 줍기도 했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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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구대로 가는 진입로 |
근 15년만에 가 본 반구대는 그때와는 달리 진입로가 아스팔트로 깨끗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예전에는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시멘트 포장로였으며 사진에서 보이는 반구대 형상물도 없었다.
그때의 소박하고 한적한 모습이 사라져 다소 아쉬운 감이 들었다. 어찌 보면 이 포장로는 서럽게 태어난 도로다.
진입로 확장으로 관광객이 몰려오면 암각화가 훼손된다고 고고학계와 시민단체가 무던히도 반대했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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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각화로 가는 나무다리 |
이유야 어쨌든 잘 닦인 도로를 편리하게 달려서 반구대 입구에 도착하였다. 반구대는 거북이가 엎드린 모양이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 반구대는 예전 신라 화랑들이 심신 수련장으로 삼았을 정도로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며 울산 태화강 상류에 속하는 곳이다. 상류에 속하는 곳이니만큼 물색깔이 은은하고 맑다. 이런 호숫가에 잠겨 있는 기암괴석은 보는 이의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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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각화가 새겨진 석벽 |
반구대 호수는 1965년 완공된 사연댐에 의해 형성된 일종의 인공호수인데 암각화가 그려진 암벽은
늦가을과 겨울을 제외하면 늘 물에 잠겨 있어 평시에는 보기가 어렵다.
1972년 동국대학교 불적조사단에 의해 처음 발견된 암각화는 울주군 언양면 대곡리에 있으며
바위그림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해 준 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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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보임을 보여주는 안내문 |
높이 3m, 너비 10m의 암벽에 새겨진 그림들은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입에 절로 홍소가 필 정도로 재미있고 신기하다.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각종 동물들의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가 조각칼을 가지고 점토판에 새겨 넣은 것과 같은 순진무구한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호랑이, 멧돼지, 곰, 토끼, 여우, 특히 여러 가지 종류의 고래 그림들은 보면 볼수록 희한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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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얼굴이 아주 흥미롭다. |
범고래, 흰긴수염고래, 귀신고래, 향유고래의 모습을 단순하게 면새김한 그림도 있지만
고래의 각종 행위를 다양하게 표현한 그림들은 그 얼마나 생동감이 있는지.
해초 사이에서 노는 고래, 먹이를 먹는 고래, 파도를 타며 노는 고래 등등.
이 동물 그림 중에선 임신한 것인 양 배가 불룩한 동물도 있고, 교미의 자세를 취한 동물도 있다.
아마도 이 그림은 풍요와 다산을 바라는 당시 사람들의 소박한 마음에서 비롯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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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 긴수염고래 |
이 반구대 그림들에는 조각기로 쪼아 윤곽선을 만들거나 전체를 떼어낸 기법, 쪼아낸 윤곽선을 갈아내는 기법 등이 사용되었으며 일반적으로 신석기 말에서 청동기 시대에 제작되었다고 추정한단다. 약 300종의 그림들이 새겨진 이 암각화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희귀한 원시 미술에 해당된다. 참 자랑스러운 우리 선조의 문화유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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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각화 맞은편 |
그런데 요즘 반구대는 암각화 진입로 공사와 호수 주변 정비 작업으로 포크레인을 비롯한 장비들이 가동되느라 다소 산만하고 시끄러운 느낌을 준다. 울주군에서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역력하게 보여 다소 씁쓸하기도 하지만 반구대의 원형을 잘 보존하여 훌륭한 문화유산지로 변모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 가뭄이 들어서인지 요즈음엔 이 암각화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지금 간다면 암각화를 생생하게 볼 수 있지만 지난 1995년 국보 285호로 지정된 후 관리원들이 접근을 저지하고 있어서 가까이서 보기가 용이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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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풍광을 보라 |
무엇보다도 이곳 반구대는 주변 경치가 참 좋다.
지금은 물이 말라 풍광이 다소 떨어지지만 호수에 물이 차고 각종 물고기와 새들이 몰려오는 날이면
그 분위기에 취해 발걸음을 돌리기가 아주 어려운 곳이다.
찾아 가는 길은 무척 쉽다. 상행이든 하행이든 서울산 IC를 통과해 직진하다보면 반구대 암각화라는 이정표가 보이는데
이를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반구대는 옛사람들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정서가 유유히 녹아 있는 멋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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