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보내는 어느 날의 편지/권순희
(낭송:송화 이상금)
혼자 두지 마세요
이리도 황홀한 날 어디에 있나요
나는 빨간 미니스커트에
울긋불긋 단풍레이스가 달린
블라우스를 곱게 차려입었어요
시린 하늘 한 귀퉁이 조금 잘라
파란 뾰족구두도 만들어 신었지요
어디를 가느냐고요?
비밀이어요
나는 지금 맘의 외도 중이거든요
한 번 따라나서 보시지요
누워만 있지 말고,
세상은 멋진 차례상을 차려놓고 있어요
누가 사랑하자 속삭이네요
돌아보니갈 바람이 엉거주춤 서 있어요
남은 하늘 잘라 곱게 차려입은
하얀 티셔츠와 청바지가
아주 잘 어울려 뽀뽀도 했지요
팔짱 꼭 끼고 입이 찢어져라,
웃기도 했지요
멋쟁이 갈대 아저씨네 집도 들러
잘 익은 홍시에 수수떡도 찍어 먹고
샛노란 은행잎 차도 마셨더랬어요
당신,
경쟁자가 생겨버렸는데 어쩌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