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옛시방

하늘로 보내는 어느날의 편지 - 권순희/낭송 이상금

모링가연구가 2009. 3. 22. 05:53

하늘로 보내는 어느 날의 편지/권순희 (낭송:송화 이상금) 혼자 두지 마세요 이리도 황홀한 날 어디에 있나요 나는 빨간 미니스커트에 울긋불긋 단풍레이스가 달린 블라우스를 곱게 차려입었어요 시린 하늘 한 귀퉁이 조금 잘라 파란 뾰족구두도 만들어 신었지요 어디를 가느냐고요? 비밀이어요 나는 지금 맘의 외도 중이거든요 한 번 따라나서 보시지요 누워만 있지 말고, 세상은 멋진 차례상을 차려놓고 있어요 누가 사랑하자 속삭이네요 돌아보니갈 바람이 엉거주춤 서 있어요 남은 하늘 잘라 곱게 차려입은 하얀 티셔츠와 청바지가 아주 잘 어울려 뽀뽀도 했지요 팔짱 꼭 끼고 입이 찢어져라, 웃기도 했지요 멋쟁이 갈대 아저씨네 집도 들러 잘 익은 홍시에 수수떡도 찍어 먹고 샛노란 은행잎 차도 마셨더랬어요 당신, 경쟁자가 생겨버렸는데 어쩌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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