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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의상들_ 극락 위계질서에 따른 불교 캐릭터

모링가연구가 2009. 2. 24. 07:05

천계의상들_ 극락 위계질서에 따른 불교 캐릭터

불교의 우주관

산사가 있는 산을 찾아 부처님이 계신 불당을 향해 오를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전각들이 몇 채 있다.
전각 안의 어두컴컴한 공간으로 들어가 주위를 둘러보고 있노라면, 처음에는 윤곽만 보이던 좌우의 커다란 상들의 세부가 점차 또렷해지며, 거추장스러워 보이는 화려한 갑옷, 손에 쥐고 있는 무기와 악기가 보이고, 마지막으로 험상궂은 표정을 한 얼굴이 부릅뜬 눈으로 우리를 노려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세속적인 차림새, 무기와 험악한 표정으로 부처의 상이 주는 초월적인 고요함이나 보살상의 우아한 자비로움과는 대조적인 위협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이런 상들은 무슨 연유로 이곳에 서 있는 것일까?

 

 


지리산 화엄사_ 사천왕상

 

 

불교의 우주관에는 천(天) 또는 천계(天界)라는 천상 세계가 설정되어 있다. 이는 세계의 축인 수미산(須彌山) 중턱에서부터 시작하여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의 순으로 전개되며, 구체적인 공간 개념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욕망과 물질적인 요소가 차츰 소멸하는 정진(精進)의 단계를 상징한다.


천계는 다시 28개의 천으로 세분되는데, 각 천에는 이를 주재하는 천신(天神)과 많은 천인(天人)이 머물고 있다.
산사의 입구에서 어김없이 만나게 되며, 또한 탑, 부도와 같은 석조물이나 사리기(舍利器), 불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사천왕, 팔부중(八部衆), 범천(梵天), 제석천(帝釋天)과 같은 상들이 바로 이러한 천신들을 형상화한 것이다.
천신들은 불교 구조물의 핵심을 이루는 불상, 경전, 사리 등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으면서 이들이 상징하는 불법을 수호한다.

 

 

석굴암 인왕상_왼쪽 모습

 

석굴암 인왕상_오른쪽 모습

 

 


불, 보살, 나한과 구별되는 이들 천신의 집단을 한 데 묶어 천부(天部), 신중(神衆)이라 칭하며, 많은 상들이 무인(武人)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신장(神將)이라는 용어도 자주 사용된다.

천신의 상에서 주목되는 이국적 혹은 초인적인 모습은 이들이 본래 인도 고대의 신화, 민속 신앙, 브라만교에 등장하던 자연신, 악귀, 우주의 순환 등을 상징하는 신들이었다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불교에 포섭되어 불, 보살 아래에서 불법을 수호하고 호국, 재물 축적과 같은 현세의 이익을 들어주는 하위 신으로 자리 잡게 되었지만, 현재 전하는 많은 존상과 이에 대한 기록은 불교 신앙에서 차지하는 천신의 위치가 상당히 컸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불자들은 천신들이 그들의 다급한 소원을 들어준다기에 더욱 친근감을 느꼈을 수도 있고, 천신의 상을 주변에 모심으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계가 열반에 좀더 가까이 다가간 천계로 승격되기를 바랬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교전래 초기부터 천신에 대한 신앙이 크게 유행하였고, 이는 [삼국유사(三國遺事)]의 기록들이 잘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신라의 진평왕은 제석천을 호국, 호법신으로 여겨 내제석궁(內帝釋宮)을 세웠다고 하고, 선덕여왕 때에 활약하던 양지(良志)는 영묘사(靈妙寺) 천왕상을 비롯하여 사천왕사 탑 밑의 팔부신장과 법림사(法林寺)의 좌우 금강신 등을 만들었다고 한다. 문무왕이 사천왕사(四天王寺)에서 문두루(文豆婁)비법을 행하여 당나라 군사를 물리쳤다는 이야기 또한 전한다.


백제의 경우에는 무왕이 제석사(帝釋寺)를 세웠고, 의자왕 때는 천왕사가 존재하였다고 한다. 고려시대에도 그 신앙은 이어져 인왕, 사천왕, 제석천의 힘을 빌어 국난을 극복하려는 법회와 도량(道場)이 성행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천신들은 그 지위가 떨어지는데, 이는 성리학의 득세에 밀려 단순히 가람 수호와 호법 또는 개인의 현세적인 이익을 돕는 역할만을 담당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쌍룡사 철감선사탑 사천왕상

 

 

현재 남아있는 유적과 유물의 가장 외측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신상은 인왕상이다. 집금강신(執金剛神), 금강역사(金剛力士)라는 명칭에서 보이듯 인왕은 금강저(金剛杵)를 지니고 불법을 수호하는 신이다.


[대보적경(大寶積經)]에는 인왕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전한다. 옛날에 용군(勇群)이라는 전륜성왕에게 1002명의 왕자가 있었는데, 천 명의 왕자는 발심성불(發心成佛)하여 천불(千佛)이 되고 나머지 두 왕자 중 법의(法意)는 금강역사로서 법을 수호할 것을, 다른 한 왕자인 법념(法念)은 범천왕이 되어 부처에게 설법을 청할 것을 서원했다고 한다.
이런 설화를 보면 인왕은 본래는 단독으로 나타나던 신이었다고 생각되나, 불교 건축물에는 일찍부터 한 쌍을 이루며 양측에 배치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인왕은 하반신에 치마와 같은 군의(裙衣)만을 입고 상체를 드러낸 채 우람한 몸을 자랑하며, 주먹을 불끈 쥐거나 팔을 높이 올린 자세로 초인적인 힘을 과시하고 있다.
주의를 기울어 만들어진 인왕상의 경우 두 상이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한 상은 범어의 첫 글자인 ‘아’모양으로 입을 벌리고 열린 공격형의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그 반대편 상은 범어의 마지막 글자인 ‘훔’소리를 내는 듯 입을 굳게 다물고 방어 자세를 취한다.


이렇듯 두 인왕은 시작과 끝, 열림과 닫힘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며 우주의 순환성과 영원함을 상징적으로 보이고 있다.

 

 

 

진전사지 팔부중 간달바

 

 

인왕상 다음으로는 사천왕상을 만날 수 있다. 천계의 구조에서 보면 이들은 수미산 중턱에 위치한 욕계의 첫번째 천인 사천왕중천(四天王衆天)에 머무르며, 그 동서남북을 각각 지국천왕(持國天王), 증장천왕(增長天王), 광목천왕(廣目天王), 다문천왕(多聞天王)이 지키고 있다. 인도의 사천왕은 귀족의 차림새를 하고 있는 반면, 중국, 일본, 우리나라의 사천왕은 갑옷을 완벽히 차려입고 노기를 띤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각 사천왕은 또한 그들의 권위와 능력을 상징하는 물건들을 손에 들고 있는데, 경전마다 그러한 지물(持物)에 대한 의궤(儀軌)가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조상의 예에서도 일관성을 찾기 쉽지 않다. 다만 항상 설법을 듣는다는 다문천왕만은 언제나 불법을 상징하는 탑을 들고 있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이 외에 크고 넓은 눈을 가졌다는 광목천왕, 나라를 지키는 지국천왕, 중생의 이익을 증대시킨다는 증광천왕은 각각 금강저와 칼, 창과 보주, 활과 화살 등을 지닌 예가 보인다.
각 천왕은 자신이 대표하는 방향에 따라 동서남북의 방위를 상징하는 청, 백, 적, 흑색이 피부색으로 더해지기도 하며, 한두 마리의 악귀들을 밟고 서있는 모습은 그 권능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제석천과 범천은 인왕이나 사천왕에 비해 정적이며 탈속적인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더 높은 천상 세계에 머무르고 있는 그들의 지위를 잘 보여준다. 우선 제석천은 욕계의 두 번째 천인 도리천을 대표하는 신으로, 바로 아래 천에 머무르는 사천왕을 권속으로 둔다. 도리천에는 제석천이 머무르는 선견천(善見天)이라는 궁궐을 중심으로 그 주위에는 32개의 성이 있어, 모두 33개의 성이 존재한다.


그런 연유로 이 천상계를 ‘33천’이라고도 부른다(‘33’의 범어가 다름 아닌 ‘도리(Tray)’이다). 제석천은 베다 신화에서 본래 벼락, 천둥, 비바람을 관장하는 인드라(Indra)신이었으며, 부처님의 가르침에 감화되어 불교에 귀의한 후 불법을 수호하는 서원을 세우게 되었다.

 

범천은 도리천보다 위에 위치하는 욕계에 머무르지만 주로 제석천과 한 쌍을 이루며 조형화되었다. 인도식 명칭은 브라흐마(Brahma)로, 베다 신화에서는 세계의 근본원리를 상징했으며, 브라만교에서는 세계 창조의 신으로 인격화되었다.
또 힌두교에서는 생성의 신으로서 파괴의 신 시바(Shiva), 유지의 신 비슈누(Vishnu)와 함께 우주의 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불교에서는 범천이 성도 후에 석가에게 중생을 위한 설법을 청하였다는 범천권청(梵天勸請)의 설화가 전하고 있어 일찍부터 불교에 포섭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석굴암 범천상

 

 

우리나라에서 제석천과 범천이 가장 섬세하게 묘사된 예는 석굴암(石窟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천계에서는 위로 올라갈수록 그곳의 천인들의 수명이 길어지고 키가 커진다고 하는데, 실재로 제석천과 범천의 몸은 석굴암의 다른 신상들에 비해 유난히 길고 가늘어 보인다. 두 상은 모두 보관을 쓰고 발끝까지 내려오는 긴 옷과 여러 겹의 천의를 두르고 있다.
제석천의 경우 천의 아래 갑옷이 보이며 금강저와 같은 무기를 들고 있어 제석천이 거느리는 사천왕상과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이에 비해 더 높은 단계에 머무르는 범천은 갑옷을 입지 않고 정병을 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주목할만한 일군(一群)의 신들로는 팔부중이 있다.


뚜렷이 어느 천상 세계에 머무른다고 할 수 없지만, 사천왕과 매우 유사한 무인의 모습을 한 불법의 수호신으로 다른 천신들과 더불어 자주 형상화되었다. 각기 다른 능력과 모습을 보이는 여덟 명의 신상들로 구성된 팔부중은 사천왕의 권속으로 또 부처의 권속으로도 언급된다.

 


우리나라 팔부중상의 경우 얼굴과 팔이 여러 개인 아수라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천, 용, 야차, 아수라, 간달바, 긴나라, 가루라, 마후라가로 구성된 불타팔부중(佛陀八部衆) 계열에 속한다고 본다.
많은 팔부중들이 무기, 염주, 악기 등을 지물로 하며, 용, 새, 뱀과 같은 동물로 장식된 투구를 쓰고 있다. 이 중 간달바, 긴나라, 마후라가는 모두 음악을 연주하는 신이며, 역시 음악을 연주하는 제석천과 함께 언급되기도 한다.

 

 글_김혜원, 조지아대 미술사 교수

 

 

 

 
<출처;tong.nate 네이트 우수 블로그 왕관이예요justi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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