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군 부계면 대율·동산·남산리 일원 32.15㎢를 아우르는 한밤마을. 평균 연령 52∼53세의 주민 1200여 명이 주로 사과와 콩을 재배하고 소를 키우며 살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한밤마을 면적의 60%를 차지하는 대율리 일대엔 오래 전 지어진 기와집이 마을 곳곳에 들어서 있고 총 4㎞ 가량 길이의 돌담이 집들을 빙 두르며 골목길을 만들고 있는 '물 좋고 경치 좋은 마을'이다.
◆한밤마을을 '명품마을'로
작년 2월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는 이곳을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사업 시범지역으로 선정했다. 올해 시작해 내년 말쯤 끝나는 사업엔 총 34억여 원이 투입된다. 송림(松林)과 야생초가 어우러진 공원, 마을상징 조형물이 만들어지고 왕벚나무·때죽나무·보리수나무 등을 심은 산책로도 조성된다. 마을 내 돌담 사이사이에 가로등을 세워 야간경관도 아름답게 꾸민다.
더불어 올해부터 2012년까지 모두 69억 원이 들어가는 농림부(현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촌마을종합개발' 사업도 진행된다. 대율리 주변을 흐르는 동산천을 정비해 야영시설·공원·체육시설 등을 짓고, 동산리 일대엔 산길을 이용한 산악자전거 코스 및 삼림욕장을 만드는 것이 주 내용이다. 남산리에는 서원을 활용한 전통문화 체험공간을 만든다.
또 내년 말까지 환경부 예산 등 총 95억 원을 지원 받아 하루 230t의 오수(汚水)를 처리할 수 있는 공공하수시설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밖에 경북도는 낙동강프로젝트의 하나로 한밤마을에 '돌담·소나무 마을'을 조성키 위해 모두 85억 원을, 문화체육관광부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대율리 일대 '돌담명소화 사업'을 위해 50억 원의 예산을 각각 투입할 계획이다.
◆마을을 변화시킨 주민들의 힘
작은 시골마을에 돈이 몰리도록 물꼬를 튼 것은 마을주민들이다. 2005년 3월 농림부가 민간을 대상으로 국비지원사업을 공모한다는 소식을 들은 전(前) 계명대 화학과 홍대일(65) 교수 등 마을주민 6명은 사업계획안 마련을 위해 마을 곳곳을 돌며 주민 의견을 모으는 설명회를 10여 차례 가졌다. 홍 교수는 "처음엔 '이 조그만 마을이 변해봐야 얼마나 변하겠냐'는 식으로 마을주민 대부분이 시큰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듭되는 그들의 노력에 주민들이 한두 명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듬해 8월 마을이장 등 주민 30명으로 구성된 한밤마을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추진위는 그 해 농림부의 '농촌마을종합개발' 사업과 행자부의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연거푸 신청해 두 가지 모두를 마을로 끌어왔다. 사업유치에 성공하자 작년 3월 추진위원회를 마을주민 100여명이 가입한 한밤마을운영위원회로 확대하고 사업을 통해 마을 안을 무엇으로 채워나갈 지를 본격적으로 구상하기 시작했다. 1주일에 3∼4차례 마을회관, 교회 등에서 만나 토론하고 틈틈이 설문조사도 벌였다. 주민들이 손쉽게 의견을 전할 수 있도록 온라인상에 카페도 만들었다.
군은 주민들이 올린 사업계획서를 다듬어 주고 운영위원회 사무실을 마련하는 데 예산도 지원하는 한편 보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도록 경기도 이천, 경주 등지로 현장답사도 보내줬다.
현재 주민들은 마을에 외지 사람들이 넘쳐나고 이를 통해 소득도 덩달아 올리는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마을 관련 축제를 구상 중이며, 사업·축제와 연계해 농산품을 관광객들에게 직거래로 파는 방안 마련에도 분주하다.
홍대일 한밤마을운영위원회장은 "한밤마을은 주민들이 앞에서 끌고 관이 뒤에서 밀어줘 마을을 일으킨 대표적 사례"라며 "전통과 자연이 어우러져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는 명품마을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주민들이 앞에 나서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 한밤마을. 골목길을 따라가면 어느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담길과 마주하게 됩니다. 오랜전통의 마을이 대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국비지원사업을 잇따라 따내 모두 330 여억원이 투입되어 공원과 전통 문화체험장 등 다양한 시설을 건설해 전통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마을로 탈바꿈하게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