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공예 .예술.방

푸르른 날에

모링가연구가 2008. 6. 1. 14:44
푸르른 날에

 

 

싱글벙글 웃으시면서 거실에 있는 내게로 다가오시는 울엄니.

 

어머~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울엄니를 올려다 보았다.

떠듬거리시면서 이야기를 하신다.

 

"내가 머리가 너풀거려서 뭐 하나 사서 발랐다."

"어떠냐?"

"어 어~~근디 엄니 뭐 발르셨시유?"

 

머리부터 얼굴까지 기름이 자르르 흐르신다.

당신 방으로 다시 들어가셔서 가지고 나오신 건

요즘 젊은 사람들이 많이 바르는 왁스라는 헤어크림을 들고 나오신다.

 

"엄니, 이거 얼굴에도 바르신겨?"

"응~"

 

자뭇 흐뭇해 하시며 거울을 들여다 보시면서 끈적이는 머리를 매만지신다.

반짝이는 얼굴이 마음에 드시나보다.

 

"안돼유. 이것 얼굴에 바르시고 밖에 나가시면 얼굴 쌔까맣게 다 타유."

"??."

"글구 사람들이 아마 웃을걸유?"

"??"

"어여 세수 다시 하시고 로션 바르셔유."

 

아녀~ 하시며 방으로 얼른 들어가시고 문을 닫아버리신다.

학원시간이 늦은지라 다시 한번 엄니께 세수하실 것을 권하고 서당을 댕겨 왔는디...

 

집앞 인라인스케이트 운동장에 유치원생들 운동회 구경 다녀왔다고 하시는 울엄니.

완전 썬텐을 하셨다.

쌔까매지신 울엄니.

결국은 아들의 설득으로 왁스를 내어 놓으셨다.

 

 

 

 

방 청소 하려고 엄니 방에 들어가보니 양은냄비가 방에 있다.

 

"엄니, 이게 뭐여유?"

"응.. 이거 녹차라는디 어제 티비를 보니 몸에 엄청 좋다고 하더라."

"그려유?"

"그려서 내가 좀 타 먹으려고 사왔다."

 

뚜껑을 열어보니 녹차 티백 한 통을 모두 불리해서 내용물을 꺼내 녹차를

냄비 가득 물에 풀어서 채워 두셨다.

 

"하나씩 귀찮아서 한꺼번에 냄비에 끓여두고 자주 따라서 마시련다."

 "아이구~ 엄니..."

 

이래서 도저히 엄니 혼자 집에 계시게 하질 못한다.

 

 

징검다리 연휴에 지리산 천왕봉을 갈려던 계획을 바꿔

승용차로 해안선을끼고 엄니 모시고 구경을 가기로 마음을 돌리고 나니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니 모시고 넓은 바다도 보고

갈대 숲도 만나고 모텔방에서 잠자리 바꿔 뒤척이는 엄니를 보살펴 드려보고

그리 한바뀌 돌 적에 아카시아꽃 여기저기 피어 향기로웠고

울엄니 정선아리랑 노래소리에 마음이 풍요롭고 편안히

즐겁고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엄니, 더 이상 정신 놓지 마시고 건강하게 사시다가 떠나셔야지유.

엄니께서 당신 아드님한테 하신 것 반은 못해도 

지켜봐 드리고 보살펴 드릴게유.

 

엄니 덕분에 힘들게 산도 안가고 편안하게 차 여행 잘 했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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