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서예 방

실사(室思

모링가연구가 2008. 4. 8. 19:48

浮雲何洋洋  愿因通我辭
飄飄不可寄  徙倚徒相思
人離皆復會  君獨无返期
自君之出矣  明鏡暗不治
思君如流水  何有窮已時
(부운하양양 원인통아사
 표표부가기 사의도상사
 인리개부회 군독무반기
 자군지출의 명경암불치
 사군여류수 하유궁이시)


뜬구름 얼마나 아득하고 먼지
바라건대 내 말 통하게 해주소서
가볍게 나부껴 부칠 수 없으니
서성이며 그저 서로 그리워할 뿐
사람들은 떠나면 모두 다시 돌아오는데
그대만은 돌아올 기약 없어
그대 떠나간 뒤
맑은 거울 흐려도 마주하지 못하네요
그대 그리는 마음 흐르는 물과 같아
다하여 없어지는 때 그 언제런가

 

☞  서간(徐幹), <실사(室思)> 중에서 

 

※ 현대 중국화가 옥괴청(玉槐淸)의 <정사(靜思)> 

 

※ 서간은 후한(後漢) 말기 문단을 수놓았던 건안칠자(建安七子)의 한 사람으로 <室思>는 그의 대표작. 규정(閨情)을 아주 사실적으로 표현한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참고로 건안칠자는 건안(建安: 196∼220) 연호를 썼던 후한(後漢) 말기를 대표하는 7명의 문인을 지칭하는 말. 진림(陳琳)·공융(孔融)· 왕찬(王粲)·서간(徐幹)·완우(阮瑀)·응창(應)·유정(劉楨) 7명이다.

 

진림은 원소(袁紹) 휘하에서 조조(曹操)를 맹공하는 격문을 지은 인물로 유명하며, 공융은 공자의 후손으로 조조(曹操)의 부중(府中)에 있으면서 끊임없이 조조를 조소(嘲笑)했던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 변수(變數)라는 말이 있다. 어떤 상황의 가변적 요인, 즉 상규(常規)에 맞지 않는 요인을 말한다.

 

"세상이 잘 다스려지면 착한 일을 한 사람이 복을 받고, 악을 저지른 사람은 화를 당한다. 난세가 되면 착한 사람이 복을 받지 못하고, 악한 사람이 화를 당하지 않는다. 이것은 변수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변수 때문에 정상적인 도리를 의심하지 않는다"(世之治也 行善者獲福 爲惡者得禍. 及其亂也 行善者不獲福 爲惡者不得禍 變數也. 知者不以變數疑常道). 서간(徐幹)이 한 말이다.

※ 愿因: 願因
※ 愿因通我辭는 자료에 따라 愿因通我詞로 나오기도 한다. 
※ 飄飄: 팔랑팔랑 나부끼거나 날아오르는 모양이 가볍다(=飄搖)
※ 徙倚: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함.
※ 何有窮已時은 자료에 따라 何有窮盡時으로 나오기도 한다.

 

 

※ 현대 중국화가 유패(劉佩)의 <정사(靜思)>

 

다음은 역대 중국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思君如∼로 시작하는 문구.
 

思君如淸風  曉夜常徘徊
그대 그리는 마음 맑은 바람 같아 새벽이면 늘 서성인다오

 

思君如隴水  長聞鳴咽聲
그대 그리는 마음 농수와 같아 목에서 끓어오르는 소리 길게 들린다오

 

思君如回雪  流亂无端緖
그대 그리는 마음 날리는 눈과 같아 까닭 없이 어지러이 흐르고
 

思君如日月  回環晝夜生
그대 그리는 마음 해와 달과 같아 밤낮으로 되살아난다오

 

思君如明月  明月逐君行
그대 그리는 마음 밝은 달과 같아 밝게 비추며 그대 자취 따라간다오

 

思君如滿月  夜夜減淸輝
그대 그리는 마음 만월과 같아 밤마다 그 빛 희미해지고

 

思君如萱草  一見乃忘憂
그대 그리는 마음 원추리 같아 한 번 보고는 곧 잊고 만다오

 

思君如百草  繚亂逐春生
그대 그리는 마음 뭇 풀과 같아 봄이면 소담스레 돋아난다오

 

思君如蔓草  連延不可窮
그대 그리는 마음 덩굴 풀과 같아 끝없이 이어진다오
 

思君如明燭  煎心且銜淚
그대 그리는 마음 밝은 촛불 같아 끓는 마음 맺히는 눈물이라오

 

思君如孤燈  一夜一心死
그대 그리는 마음 외로운 등불 같아 밤마다 하나씩 잦아든다오

 

思君如夜燭  煎淚幾千行
그대 그리는 마음 타는 촛불과 같아 끓어 흐르는 눈물 몇천 갈래나 되는지
 

 

※ 현대 중국화가 하가영(何家英)의 <정사(靜思)>

 

※ 隴水: 구슬픔의 상징. ≪태평어람(太平御覽≫ <삼진기(三秦記)>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농서(隴西)분지가 열릴때 고원의 지세(地勢)가 아홉 번 바뀌니 그 높고 넓음을 알 수 없어 계곡을 건너 높은 곳에 오르는데 이레가 걸렸고, 높은 곳은 백여 채의 집을 지을만하고 아래쪽은 수십만 채를 지을만하다.

 

꼭대기에 네 줄기 맑은 물이 흐르는데 이곳 사람들 노랫말에 흐르는 물소리가 목구멍에 끓어오르는 구슬픈 울음소리 같은데 진천(秦川)을 향하여 흘러가는 물소리는 차라리 애간장이 끊어지는 듯, 장안(長安) 천릿길을 울어울어 흘러가는 듯, 관중에서 온 길손이 농서 농산(隴山)에 올라 멀리 고향을 바라보고 구슬피 울다 지쳐 죽었다 한다.


※ 繚亂: (꽃이나 풀이) 화려하게 만발한 모습(撩亂). 흔히 백화요란(百花繚亂)·백초요란(百草繚亂)이라는 말을 쓴다.
※ 萱草: 원추리. 시름을 잊게 해주는 물이라 하여 망우초(忘憂草)라 부르기도 한다.
※ 蔓草: 덩굴 풀, 또는 무성한 풀. 蔓草猶不可除라는 말이 있다. "덩굴 풀 길게 뻗어 걷어낼 수 없다" 또는 "무성한 풀은 걷어낼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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