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서예 방

갈매기의 발란

모링가연구가 2008. 3. 29. 06:29

 

 

갈매기의 반란 /   임보

 

 

해안의 절벽 위에는 수천의 갈매기들이

끼루룩거리며 인간들의 마을을 엿보고 있다

이들은 왜 먹이가 잔뜩 매달린 저 덕장을

용감하게 습격하지 않는 것일까

 

민첩한 날개와 예리한 부리로 무장을 한

무적의 저 갈매기 군단이 한번쯤

먹이가 가득 실린 어선들을

공격할 만도 한데―왜 보고만 있는 것일까

 

상상해 보라

이른 아침 밤바다의 어선들이 포구에 돌아와

밤새워 포획한 고기바구니들을

가까스로 육지에 올려놓으려는 순간

수천의 갈매기 군단이 일시에 날아들어

은빛 날개를 아침 햇살에 번득이며

어부들의 노획물을 다시 약탈해 가는

장쾌한 정경을 상상해 보라

 

지친 어부들은 그저 속수무책

워이워이 잠시 손을 흔들어 쫓다가

이들의 날개와 부리에 부딪쳐 쓰러지고 말리라

그러나 갈매기들은

그러한 반란을 꿈꾸지 않는다

  

그들의 세상엔

음모와 약탈이라는 언어가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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