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서예 방

은검어

모링가연구가 2008. 4. 12. 18:33

※ 명대(明代) 저명 서화가 당인(唐寅)의 <귀은세이(歸隱洗耳)>

 

我本淸寒有一牛  輟耕閑放峽中秋
騎來不向人間路  恐飮當年洗耳流
(아본청한유일우 철경한방협중추
 기래불향인간로 공음당년세이류)


나는 본래 가난하지만 소 한 마리 있어
밭간 뒤 산골짜기에 한가로이 놓아두었다가
소 타고 돌아올 때엔 인적이 드문 길로 오나니
그 때 귀 씻은 물을 소가 마실까 두려워서라네


☞ 전만거(田滿車), <은거음(隱居吟)>
※ 철경(輟耕): 밭가는 일을 멈춤.


※ 당년세이(當年洗耳): 허유(許由)가 요(堯) 임금으로부터 천하와 구주(九州)를 맡아달라는 말을 듣고 영수(穎水)에서 귀를 씻었다는 기산영수(箕山穎水)의 고사(故事)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 근현대 중국화가 제백석(齊白石)의 <세이도(洗耳圖)>

 

중국 하남(河南)성 등봉(登封)현 동남쪽에 있는 기산(箕山)은 요임금 때의 고사(高士) 소부(巢父)와 허유(許由)가 은둔했던 곳이라 전해온다. 허유(許由)는 본시 패택(沛澤)이라는 곳에서 살고 있던 은자(隱者)였다.

 

요(堯)임금이 허유의 명성을 전해듣고 그에게 천하(天下)를 맡기고자 했다. 그러나 허유는 정중히 사양한 뒤 말없이 기산(箕山) 밑을 흐르는 영수(穎水) 근처로 피해버렸다.

 

요임금이 다시 그를 찾아가 구주(九州)라도 맡아 달라고 청하지만 허유(許由)는 "구질구질한 말을 들어 귀가 더러워졌다"며 영수(穎水)의 물에 귀를 씻는다.

 

이때 소부(巢父)가 조그만 망아지 한 마리를 몰고 지나가다가 이 광경을 보고 허유(許由)에게 귀를 씻는 연유를 물었다. 허유는 사건의 전말을 얘기했다.


이에 소부(巢父)는 크게 웃으며 "그대가 애당초 숨어산다고 소문을 내고 세상에 명성을 떨쳐 그리된 것 아니냐"며 질타한다. 동네방네 자신을 드러내고, 세상에 이름을 떨치는 따위가 무슨 은일자의 온전한 모습이냐는 비아냥이다.    

 

그리고는 망아지를 몰고 영수(穎水)를 거슬러 올라가 망아지에게 물을 먹이며 말했다. "그대의 귀 씻은 구정물을 내 망아지에게 먹일 수 없노라"고.

 

※ 작자 미상의 중국화 <세이도(洗耳圖)> 扇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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