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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약한 초강대국 중국_ 속사정

모링가연구가 2009. 5. 3. 03:12

 



 
 

미국인에게 2008년은 대선이 실시되는 중요한 해다. 그리고 나머지 국가에는 중국이 무대 중앙으로 등장하는 해로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 그 계기는 중국이 학수고대해온 올림픽이라는 신고식이다. 중국은 이미 지구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나라가 됐다. 지난해 일어난 일들을 살펴보자. 중국은 세계의 경제성장에 미국보다 더 많이 기여했다. 적어도 1930년대 이후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가 그러기는 처음이다. 중국은 곡물, 육류, 석유, 석탄, 철강의 5대 원자재 중 석유를 제외한 나머지의 자재소비량에서 이미 미국을 제쳤다. 몇 달 전에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이산화탄소 배출 국가가 됐다. 무역이든, 지구 온난화든, 다르푸르든, 혹은 북한이든 중국은 이제 새로운 변수가 됐으며, 중국을 빼놓고는 항구적 해법을 논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중국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중국을 다룬 책
<허약한 초강대국>을 펴낸 작가 수전 셔크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그가 미국에서 책의 제목을 언급할 때마다 사람들은 “허약하다고? 중국은 허약해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중국인은 “초강대국이라고? 중국은 초강대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실은 그 둘 다 정답이다. 중국의 허약함은 이 나라의 특별한 흥기(興起)와 직접 연관된다. 경제학자 로런스 서머스는 최근 “산업혁명 기간에 유럽인의 평균 생활수준이 그들의 일생 동안 약 50%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에서는, 특히 중국의 경우 평균 생활수준이 일생 동안 1만 퍼센트 높아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의 경제성장 규모와 속도는 역사상 전례가 없으며, 그것은 동시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중국은 유럽이 2세기에 걸쳐 이룩한 공업화, 도시화, 사회 변모를 20년 안에 체험했다. 불과 30년 전의 중국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돌이켜보면 알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황폐한 전체주의 국가였다. 혁명을 부활시킨답시고 대학, 학교, 공장을 파괴한 마오쩌둥의 문화혁명에서 막 빠져나오던 시기였다. 그 뒤로 4억 명의 중국인이 가난에서 탈출했다. 지난 세기 세계 빈민 인구 감소의 약 75%에 해당하는 수치다.

 
1 세계가 인정하거나 말거나 중국은 무섭게 커나간다. 미국은 이제 싫든 좋든 그런 중국과 더불어 세계를 이끌어야 한다. 2 중국의 초고속 경제성장은 물론 세계 경제를 이끄는 중국인민은행. 3 지난 2007년 6월, 중국 반환 10주년을 맞은 홍콩의 뱅크 오브 차이나가 주최한 기념행사 장면.

 

지금까지는 중국 정부가 매우 유동적인 환경에서 경제성장과 사회 안정의 균형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주어진 과제를 생각할 때 정치 지도자들의 통치 역량이 돋보였다. 중국은 여전히 일당이 권력을 독점하는 독재 체제다. 그러나 존 로크나 토머스 제퍼슨이 감탄할 정도로 개인의 자유를 확대해왔다. 이제 중국인은 마음대로 일하고, 여행하며, 재산을 소유하고, 종교의 자유도 누린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무의미하지도 않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그 같은 전진이 계속되느냐 여부가 결정적인 의문이다. 이것은 서구 세계뿐 아니라 중국 내에서도 던지는 질문이다. 현 정권의 문제는 고치기 어려울 정도로 사악하다는 점이 아니라, 통제권을 잃어간다는 점이다. 경제성장에 따라 지방의 권한이 커지면서 지방분권화가 중국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중앙정부의 징세 규모가 대다수 국가보다 낮은데, 이것은 중앙정부의 허약성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다. 중앙정부는 대출 완화나 온실가스 방출 자제 등 대다수 쟁점에서 내리는 지침을 지방 정부가 무시한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빈부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경제와 사회의 많은 부문이 공산당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공산당은 엘리트 기술 관료주의로 변해 13억 인구 위에 군림할 뿐이다.

 

 
1 중국 공산당 대표회의가 열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 전경. 2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의 강대국 등극이 국제사회에서 공인될 가능성이 크다. 3 세계 열강으로서 중국의 지위는 매우 독특하다. 현대사에서 최초로 부국(총체적으로)인 동시에 빈국(개인소득으로)인 것이다.

 

정치 개혁은 이 문제의 일부 해법에 불과하다. 중국은 개방성, 책임성, 대응력을 제대로 갖춘 정부가 필요하다. 혼란스럽고 권한이 비대한 사회로 변모해 통제권을 행사하는 정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런 개혁이 어떤 모습일지는 여전히 미정이다. 다만 정권 최고위층에서는 논의가 한창이다. 투자 은행가에서 중국 전문가로 변신한 존 손턴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최근 호에서 중국 정부가 법치와 투명성의 확대를 향해 머뭇거리면서도 확실한 발걸음을 내디디는 과정을 추적했다. 중국이 자국의 허약성을 의식하기 때문에 외교정책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세계 열강으로서 중국의 지위는 매우 독특하다. 현대사에서 최초로 부국(총체적으로)인 동시에 빈국(개인소득으로)이다.

 

그들은 아직도 자국을 생계가 걱정스러운 농민이 수억 명이나 되는 개발도상국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지구 온난화와 인권 문제 등 압력을 받는 상당수의 쟁점을 부자 나라들의 문제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런 태도도 달라져가고 있다. 북한, 다르푸르, 이란 등의 사태에서 중국은 책임을 다하는 국제 체제의 ‘주주(株主)’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보여줬다. 일부 학자와 정책 입안자들은 중국의 흥기를 보면서 강대국 간의 피치 못할 갈등을, 자칫하면 전쟁의 씨앗을 예상한다. 역사를 보라고 그들은 말한다. 신흥 강대국이 떠오르면 필연적으로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국제 질서를 불안하게 만들면서 양지바른 곳을 찾게 마련이다. 그로써 기존의 최강대국이던 미국과 충돌하게 된다. 중·미 갈등은 필연적이다.

 
중국은 문화혁명으로 만신창이가 된 지 30여 년 만에 세계 최강이 됐다. 이제 ‘초강대국 중국’이라는 문구는 지겨울 만큼 익숙하다.
그러나 나치 독일 같은 강대국이 있었는가 하면 현대 독일과 일본 같은 강대국도 있다. 미국은 국제사회의 위계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면서 영국을 제치고 최강대국이 됐지만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 사이에, 특히 경제 분야에서는 갈등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그 양상이 악화될지 여부는 대체로 다음 10년 동안 미국 정부가 택하는 정책에 달렸다. <포린 어페어스>에 실린 또 다른 글에서 프린스턴대의 존 아이켄베리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의 세계 질서가 중국의 평화적 흥기에 지극히 유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그 질서는 규칙을 토대로 넓고 깊은 기초와 통합됐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그 체제 안에서 움직이면 막대한 경제 혜택을 입으리라는 것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아이켄베리는 “간단히 말해 현재의 서구 세계 질서는 뒤집기 어렵고 합류하기는 쉽다”고 적었다. 중국 개혁 개방 논단의 정비젠(鄭必堅) 이사장은 중국 정부가 기존 질서를 뒤엎기보다는 그 안에 편입되려고 애쓴다는 것을 표현하려고 ‘화평굴기(和平屈起)’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중국 정부는 2006년 12부작 역사 다큐멘터리 <대국굴기(大國屈起)>를 방송해 인민에게 이 문제에 대해 교육시키려고 했다. 세계 열강의 장기적 성공을 결정하는 요인은 제국이 아니라 ‘시장’이라는 교훈이 그 핵심이었다.

 

그러나 평화와 협동을 향한 여건이 존재하는 한편, 그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요인도 많다. 중국 국력이 신장됨에 따라 자부심과 민족주의가 높아진다. 그것이 올여름 올림픽에서 활짝 피어날 전망이다. 중국 관리들은 미국이 자신들이 잘못되기를 바란다고 확신한다. 한편 단극 질서의 꼭대기에 앉은 미국 정부는 권력을 나눈다거나 다른 강대국의 이권을 배려한다는 생각이 낯설기만 하다. 미국의 민주·공화 양측 유권자들이 강경 대처를 요구하고 불신감이 팽배한 분위기가 조성되면 인권이나 타이완 문제, 혹은 예상하지 못한 사태 등의 발화점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소지가 있다. 2008년은 중국의 해다. 동시에 미국이 장기적인 대중 정책을 진지하게 수립해야 하는 해이기도 하다.